지난 8월 잠적 후 중국으로 도주…피해자 "전셋집 경매 넘어갈 텐데"
경찰 "해외 주재관과 공조, 소재 파악 주력…피해자 지원도 강화"
이씨의 행방이 현재까지 묘연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신병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세사기 (CG) |
수원시 권선구 등지에 빌라 여러 개를 보유한 임대인 이씨는 지난 8월께 전세 보증금 반환을 앞두고 돌연 잠적했다.
이씨와 각각 1억원대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던 임차인들이 잇따라 고소장을 내면서 피해 규모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18일 현재 임대인 이씨에 대해 수원중부경찰서 12건, 수원남부경찰서 6건 등 총 18건의 고소장이 접수돼있다.
피해자들은 이씨 건물 세입자들의 예상 피해액이 이보다 훨씬 많은 7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로 구성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씨 건물은 총 4개(수원 3개·화성 1개)이고 46세대가 있으며, 예상 피해액은 70억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전세 계약 만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세입자들이 많은데 이들이 추후 대응에 나설 경우 형사 고소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순간에 소중한 전세금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세입자들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지만, 최초 고소장이 접수된 지 3개월가량 지난 현재까지 경찰 수사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이씨가 지난 8월 잠적과 동시에 이미 중국으로 도주해 경찰의 소환 조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9월 이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하고 지난달엔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지명 수배했으나, 도주한 이씨가 다시 입국해 검거될 가능성은 사실상 크지 않다.
앞서 '수원 전세 사기' 사건 임대인인 정모 씨 일가의 경우 피소 당시 국내에 거주 중이었던 만큼 출국금지에 이어 소환 조사 및 압수수색 등 조치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던 반면, 이씨 사건은 현재로선 이 같은 수사 절차를 모두 개시할 수 없어 수사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전경 |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이씨의 행방을 찾지 못한 채로 수사가 종결돼 영영 미해결 사건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피해자는 "이씨 건물의 몇 세대는 이미 경매 공지가 떠 세입자들은 영락 없이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며 "부디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 이씨는 물론 이번 사건과 연관된 모든 사람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할 방침이다.
해외 경찰 주재관과 형사·사법 공조를 이어가며 소재 파악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신속한 수사를 위해 수원남부경찰서를 이씨 사건 집중 수사관서로 지정하고, 관련 수사를 모두 병합하기로 했다.
피해자 보호 경찰관 등 10명으로 이뤄진 심리전담팀도 마련한다. 이들은 수원남부경찰서 임시 사무소에서 2명씩 교대로 상주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건강바우처 및 응급물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기도 전세사기 지원센터 및 수원시 등과도 연계해 추가적인 피해자 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이씨의 소재를 파악할 방침"이라며 "사건 수사와 동시에 피해자 보호에도 힘쓰며 관련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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