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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마지막 승부’의 감독役 송기윤이 친구의 동생을 ‘인생 코치’ 삼은 까닭[유재영의 전국깐부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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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배우 송기윤-기업인 권오성 비바스포츠 회장

깐부. 국어사전에는 ‘같은 편’, 나아가 ‘어떤 경우라도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보충 설명이 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모든 것을 갖춘 인생도 건전한 교감을 나누는 평생의 벗이 없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미국 하버드 의대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행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닌 사람들과 따뜻하게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깐부들 사이에 피어나는 ‘같이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친구하면 동년배 벗이 단번에 떠오른다. 편하게 반말을 쓰며 격의 없이 지낸 또래의 우정은 두텁다. 반대로 사이가 쉽게 깨지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동년배이다보니 서로 기대하고 원하는 바가 크다. 민감한 얘기도 단도직입적으로 한다. 어린 시절 감정을 갖고 함부로 대할 수도 있다. 격의 없이 대한다는 게 오해가 생길 소지가 있다. 서로 도움이 안 되면 섭섭함도 크고 감정 충돌도 생긴다. 같이 있기만 해도 철없이 좋았던 또래가 기성세대가 돼서 돈과 세상 이치를 사이에 두고 관계를 끊는 상황도 있다.

동갑 친구들의 우정 이상으로 나이 차이가 적당히 나서 서로 배려하는 인생 친구가 된 짝꿍도 많다. 우정이 쌓이는 속도가 동갑보다 덜할 수는 있는데 굳기는 오히려 견고하다. 배려라는 토대 위에서 각자의 삶에 대한 존경심이 공감대로 모인다. 서로 피해를 주기 싫어 지금의 위치에서 더 잘 되고 싶어 한다. 서로가 둘의 관계를 삶의 자극제로 여긴다. 감정 상하거나 부딪힐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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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탤런트 송기윤 사단법인 ‘중소기업을 돕는 사람들’ 이사장(오른쪽)은 알아주는 연예계 마당발이다. 주는 즐거움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그가 유일하게 마음으로 의지하는 사람이 권오성 비바스포츠 회장이다. 권 회장은 송 이사장의 증평 고향 친구의 동생으로 중소기업 마케팅을 돕는 연예인과 기업인으로 우연하게 만나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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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하고 푸근한 인상과 중후한 목소리의 연기로 TV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중견배우 송기윤 씨(71). 1976년 MBC 7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딸 부잣집’, ‘TV 손자병법’, ‘바람은 불어도’ 등 인기 드라마에서 주연은 아니지만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애처가, 공처가 남편, 유쾌한 샐러리맨으로 드라마의 맛을 살렸다. 극의 재미가 필요할 때면 그의 능청스럽고도 편한 연기가 한 숟갈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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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윤 이사장은 일반 보통 사람들의 실제 생활상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명사였다. 정말 직장인 같았고, 우리 네 아빠 같았다. 위에서 차례대로 드라마 ‘그래도 사랑해’, ‘바람은 불어도’, ‘두 아빠’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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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 근성에 붙을 붙여 놓고 싶거든.”
“내가 코트에서 불상사 일으키지 말라고 했지. 겁을 먹으라고 그랬나.”

1990년대 초반 뜨거운 농구 인기를 접했던 40, 50대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다. 이름 석자는 잘 안 떠올라도 장동건, 심은하, 손지창을 톱스타 반열에 올린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에서 호탕한 명성대 농구부 감독님으로 나온 ‘그 분’을 물으면 대번에 안다고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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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불어닥친 농구 열풍을 더 타오르게 만든 인기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 명성대 감독으로 열연해 극의 재미를 더해줬던 송 이사장. MBC 드라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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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이사장은 연예계 대표 의리맨, 마당발이다. 남 도와줘야 성이 차는 사람이다. ‘밥 한 번 안 얻어 먹어본 사람 없다’, ‘빌려준 돈만 받아도 재벌’, ‘세상 뜨면 동상 세워줘야 한다’는 말이 그의 세평에 따라다닐 정도다. 주는 즐거움으로 살아서 따르는 선후배가 많다.

한국방송실연기자협회 1~2대 이사장을 맡아 연기자들의 재방 출연료를 받게 한 것도 그다.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동료 연예인들을 규합해 사비를 털어 기업 이미지 제고, 마케팅 홍보 지원에 나선 것도 그다. 현재 직함도 사단법인 ‘중소기업 성공을 돕는 사람들’의 이사장이다.

“서운한 게 있다면. 내가 이 친구 후배로 태어났으면 덕도 많이 봤을 텐데. 선배, 형으로 태어난 게 제일 아쉬워. 하하.”

송 이사장은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아끼는 친구가 하나 있다고 소개한다. 동년배는 아닌데 왠지 정이 간다고 한다. 매일 전화나 문자를 기다린다. 그런데 누구든지 뭔가를 해주고 싶어 안달이 나는 양반이 이 친구만 보면 반대로 뭔가를 받고 싶어진다고 한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다.

“후배지만 배려의 깊이가 남달라서 존경하고 싶고, 닮고 싶어요. 배려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야. 친구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는지는 정말 상관없어요. 결국 친구 사이에는 누가 나이 값을 하고 다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해준 친구에요.”

송 이사장이 이토록 자신을 낮추면서 극찬을 하는 ‘깐부’는 누굴까. 권오성 (주)비바스포츠 회장(64·서울상공회의소 양천구상공회 회장)은 그에게 구심력 같은 존재다. 송 이사장 자신이 생각한 삶과 인생 철학의 궤도를 이탈 없이 안정적으로 돌도록 도와주고 힘이 되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 권 회장이 사는 인생 트랙에서 뭔가 배워볼 걸 찾으려 한다. 남을 배려하면서도 자기 분야를 진심으로 개척해온 권 회장을 보며 행여 생길 욕심을 자주 비워낸다.

송 이사장은 권 회장만 보면 마음을 잡게 된다. 남들한테도 저렇게 살아야한다고 추천할 수 있는 모범 답안이기 때문이다. 권 회장을 보면 항상 자신에게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떠오르고, 고향인 증평의 미륵사가 생각난다.

“세상을 뜨신 어머니가 예전에 저에게 했던 당부가 있어요. ‘평생 행복하게 살 거라고 믿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평생 말씀하셨는데 권 회장 보면 떠올라요. 가끔 미륵사 사찰의 법문에서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은 나를 성장시킨다’ 는 구절이 머리를 스쳐요. 세상 앞에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권 회장이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요.”

● 귀한 우정에 ‘무임승차’ 시켜준 동생

“대단한 홀로서기를 한 사람이에요.”
지난달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권 회장을 만난 송 이사장은 동생의 인생 행보를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닌데 그 때마다 놀란다.

권 회장은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경쟁하는 틈바구니에서 30년간 독자적으로 스포츠 용품을 생산, 보급하는 회사를 키워왔다. 업계에서는 ‘공 박사’, ‘스포츠용품 산업 터줏대감 CEO’로 통한다. 자체 축구공을 개발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인구 인증도 받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FIFA의 공식 엠블럼 축구공을 제작해 공급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도 엠블럼 계약을 체결해 손흥민 공을 출시해 팔고 있다.

자체 생산한 배드민턴 셔틀콕도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공인을 받았다. 100년 역사가 넘는 일본 야구용품 업체인 ZETT사의 한국 총판을 맡아 배트, 글러브 등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헬스, 피트니스, 킥보드 등 용품도 생산, 유통한다. 글로벌 스포츠용품사와 오래 경쟁하면서 맛본 쓴맛을 경쟁력으로 삼아 실속 있게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영세 사업체에 그칠 뻔 했던 회사를 버티고 버티면서 번듯한 중소기업으로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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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성 회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글로벌 붐을 일으키기 위해 실제 축구공과 같은 디자인의 대형 볼을 제작해 미국 거리에서 퍼레이드 행사를 펼쳤다. 비바스포츠 제공


권 회장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직원에게 지시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스포츠에 파고들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한 지식과 매력을 알려 열악한 국내 스포츠용품 시장을 개척한 집념은 진심이다. 한일 월드컵 이전에는 아파트 2층 높이의 당시로선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공을 제작해 미국 뉴욕 등에서 퍼레이드와 전시회를 열고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열기의 관심도를 끌어 올렸다. 그는 세계스포츠산업연맹(WFSGI)에서 아시아 지역 집행이사로도 일하며 3년여 간 한국 스포츠 시장과 제품을 알렸다.

둘은 알고 보니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질 고리를 갖고 있었다. 증평이 고향인 송 이사장은 자타공인 ‘증평의 자랑’, ‘증평의 아들’이다. 아내도 ‘증평댁’으로 불린다. 권 회장도 증평 출신이다. 족보를 살펴보니 송 이사장의 고향 절친이 권 회장의 친형이다. 게다가 둘은 증평초등학교 선후배다. 송 이사장은 “학창 시절에는 형과 같이 놀 군번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권 회장을 보며 “친구가 일찍 세상을 떠나서 그 동생에게 애정이 더 갔다”고 손을 꽉 잡는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그들을 결정적으로 이어줬다. 송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돕고자 발 벗고 나선 연예인, 권 회장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회장이다. 어떻게든 만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중소기업을 도우면서 중소기업중앙회 AMP(중소기업 최고경영자과정) 1기생 수료를 했는데 권 회장이 3기로 들어온 거야. 수료생 모임에서 처음 봤지.”(송기윤)

3기 운영기간이 2009년 9월에서 2010년 10월이니 13년 이상 쌓아온 우정으로 보인다.

“저는 이미 이사장님을 알고 있었죠. 탤런트로 유명하셨고, 친형의 친구셨잖아요. 이사장께서 중소기업을 한창 도와주실 때도 제가 대한스포츠용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하고 있었거든요.”(권오성)

“대단해. 증평 사람들이 자립심이 역시 강하다고. 타 지역과 비교해 보면 지역 인맥을 거의 활용하지 않아. 하기야 나도 주변에 보면 증평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 홀로서기를 잘 한 첫 모습에 내가 어떻게든 보듬어주고 도와줘야겠다는 결심을 했지.”(송기윤)

-권 회장께서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송 이사장께서 인기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출연하셨잖아요. 대학 농구부 감독 역할로 나오셨는데, 그 당시에 먼저 연락하고 싶은 마음 안 드셨어요?

“왜 없었겠어요. 동경하던 고향 출신 스타 형님인데. 그런데 너무 유명해지신 것 같아 감히 그럴 생각을 못했죠.”(권오성)

“에이, 나도 한창 때는 정신이 없었어. 재밌는 얘기 하나 할까.‘마지막 승부’에서 우리 대학 선수들하고 연습하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어. 선수 중에 허준호(극중 이름 김만재)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야, OOO. 수비를 해야 할 것 아니야’ 라고 대사를 해야 하는데 극 역할 이름도, 허준호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거야. 그래서 ‘너 인마, 허장강(허준호 부친) 아들 너, 수비’라고 했다니까. 하하. 나중에 세월이 흘러 권 회장을 만나니 이산가족 만난 것 같았어. 오히려 느지막이 만난 게 극적이야.”(송기윤)

“맞아요. 40대에 이사장님을 만나서 60대가 됐는데, 지금도 이사장님은 나이를 거꾸로 드시고 저는 올려 먹고 하니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하하.”(권오성)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하고 늦게 만나서 오히려 우정이 더 깊어진 것인가요.
“일찍 이사장님을 알았더라면 진면목을 몰랐을 거예요. 지금도 저는 이사장님이 어려워요. 그래서 회장님, 이사장님이라 부르고 깍듯이 대할 수밖에 없어요. 얼굴이 많이 알려지신 연예인인데 좋지 않은 뒷소문이 없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술을 드셔도 취해서 비틀거리는 것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금주하고 담배까지 끊으셨어…요.”(권오성)

“권 회장, 그건 뭐 몇 년 전엔가 담배도 못 끊으면서 무슨 큰일을 하나 싶기도 하고, 자식들 보기 민망하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어 완전히 끊었던 거야. 술도 계속 먹다가는 별 수 없이 세상 뜨겠구나 싶어 끊은 거고. 마시고 즐긴 만큼 다음날 후회하더라니까.”(송기윤)

“나이 차이가 있어도 저에게 절대 하대를 안 하세요. 이사장님이 저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제 없는 오늘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조상 없는 자손이 있을까요. 노인이 안 되는 사람은 없잖아요. 누구나 늙죠. 그런데 세상은 사람과 연결이 돼야 하잖아요. 한 살이라도 많은 분을 존경하고 우대한다는 건 나중의 나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권오성)

“이런 아우님을 보면 감탄밖에 안 나와. 싸가지가 없었으면 안 만났을 지도 몰라. 하하. 권 회장 형을 보고 싶은 간절함이 컸는데 능력 좋은 동생이 나타나서 친해지기 잘했다 싶어. 고마워. 아우가 만들어놓은 우정의 차량에 늘 내가 무임승차한 것 같은 기분이야.”(송기윤)

● ‘동생 회장’ 마음 알아주고 영감을 준 ‘형님 이사장’님

이심전심이 통해 그냥 좋다. 어렵게 중소기업 운영하느라 외로웠는데 중소기업 사정에 정통한 송 이사장이 고민과 고충을 알아줘서 든든하다.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단다. 주는 즐거움을 좋아하는 대표 연예인 송 이사장은 권 회장 일이 내 일 같다고 한다.

“선친께서 양조장을 했는데 언젠가부터 대기업이 박리다매로 치고 들어오는 거야. 작은 회사는 제품과 아이디어가 좋아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중소기업들의 마케팅이라도 도와주자고 해서 활동을 시작한건데 그마저도 사비를 털어야 되고 힘들더라고. 권 회장이 국내 내수시장의 어려움에 맞서 홀로서기한 것 보면 대단하지.”

알아주는 것만 해도 권 회장은 고맙다. 그래서 스포츠 현장, 행사에 갈 때마다 송 이사장을 초대해 동행한다. 자기가 일하는 필드의 험한 생리를 센스 있게 알아채는 송 이사장을 동기 부여 삼아 도전의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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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은 국내 스포츠용품 사업자 CEO 대표로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도 나섰다. 깐부인 송 이사장을 올림픽 개회식에도 초정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즐겼다. 권오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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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고향인 증평경제인모임에서 권 회장은 축구 강의를 했다. 고향 경제인들은 권 회장이 축구공 만드는 사업자라는 것에 한 번 놀라고, 전문가 수준 이상의 축구 지식에 두 번 놀랐다. 1회 우루과이 대회부터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까지의 월드컵 역사에서부터 역대 선수들의 기록 , 축구공의 변천사 등을 족집게 강사처럼 풀어냈다. 언론에 나오지 않은 사실도 직접 발굴해 소개하니 참석자들이 저녁 식사를 마다하고 1시간 이상을 움직이지 않고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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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방송도 함께 출연해 우애를 과시했다. 권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설명해주고 있는 송 이사장. TV조선 ‘성공의 한수’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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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은 여러 단체, 기업에서 축구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자체가 스포츠용품 구매를 일으키려는 일종의 전략적 맞춤 마케팅으로 본다. 송 이사장은 중소기업을 돕는 과정에서 제품의 A/S 한계를 실감했다. 대기업 제품과 품질 면에서는 경쟁이 되는데 고장 등에 대한 후속 조치가 부실했다. 그래서 과거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에 A/S 부서 신설을 통한 중소기업 제품 A/S 지원을 건의했다.

권 회장은 스포츠 제품과 관련한 배경 지식, 효과 등에 관해 사업자가 제대로 알고 소비자에 다가가는 것을 넓은 의미의 A/S로 여기고, 활발하게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권 회장, 당신이 정치해야겠어. 국회로. 내가 무조건 밀어줄 테니까. 하하.”

● “우리, 서로 바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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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은 송 이사장을 만나기만 하면 송 이사장의 개그에 웃느라 배가 아프다. 나이 많은 선배이지만 오히려 후배를 즐겁게 해주는 송 이사장의 배려가 고맙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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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이런저런 사회적 위치를 떠나 서로가 만나는 자체가 재밌다. 앞으로 만날 시간이 더 기대된다고 한다. 삶의 낙이 계속 교차되는 게 기쁘다. 심각한 비즈니스 대화 말고도 말솜씨가 좋은 송 이사장의 재치에 권 회장은 큰 웃음으로 화답한다. 이런 둘 사이에 공백은 없다. 송 이사장 마음으로 들어가 보면, 고향 후배를 평생 곁에 붙잡아 두려고 그러는 것 같다.

MBC 탤런트 7기 공채 출신 얘기를 하다가 대화가 절묘하게 삼천포로 빠진다.
“김용건 씨 둘째 아들 결혼식에 가서 박원숙 씨, 박은수 씨 등하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공채 출신 얘기를 하는데 서로 심각하게 ‘자기는 몇 기야? 2기야? 3기야?’라고 묻더라고. 오죽하면 내가 ‘그만합시다’ 그랬어. 남들 지나가다 들으면 암 환자 상태 파악하는 것도 같다고. 하하”(송기윤)

송 이사장도 권 회장 덕분에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았다. 지난해 송 이사장은 고향인 증평군수 선거에 출마해 300여 표 차로 낙선했다. 줄곧 여론 조사에서 앞서다 막판 여권 단일화 실패로 여권 후보 두 명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표가 분산돼 손해를 봤다. 권 회장은 발이 닳도록 송 이사장 당선을 위해 뛰었다.

“울화병이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 이유 없이 선거에 진 게 생각이 나니까. 억울하기도 하고, 그런데 권 회장이 있어서 빨리 안정을 찾았어.”

새끼손가락 걸고 엄지 도장을 찍으면서 굳은 약속을 하지는 않았지만 형이 동생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짚고, 동생이 형의 손을 잡고 한손으로는 허리를 감싸는 모습이 평생 동행 파트너 계약을 맺은 것 같다. 키가 큰 송 이사장이 오히려 권 회장에게 더 몸을 기댄다.

“권 회장, 심심할 때 생각만 해주고 불러만 줘. 그거면 돼. 노인 학대만 하지 말아줘. 하하. 서로 큰 것을 바라지 말고 삽시다. ‘뭔가 해주겠지’하는 바람이 채워지지 않으면 나누지 않은 만큼 못하니까 그렇게 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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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에게 묻어갈게.” 후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기대고…. 평생 동생과 동행하고 싶은 형은 몸을 낮췄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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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표현 못해 아쉽지만 ‘호형호제(呼兄呼弟)’를 넘어 고기를 같이 잡는다는 ‘어형어제(魚兄魚弟)’ 이상의 말이 있다면 무조건 쓰고 싶다. ‘한상지만(恨相知晩)’이라고 했다. 예전부터 늦게 좋은 친구를 만나면 아쉽고 한탄스럽다는데 둘은 늦게 친구가 돼 탄성을 지르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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