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국가 부담능력 범위서 의료비 지출 규모 정해야"
보사연 "건강보험료율 먼저 정하고 나서, 의료수가 정하는 방향으로 대전환 필요"
건강보험료 인상 (PG) |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경제마저 갈수록 악화하는 현실에 대응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재정 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파격적 제안이 나왔다.
이제까지는 의료비 등으로 나가는 지출에 맞춰 보험료 등 수입 액수를 정했지만, 이런 전통적 수입·지출 구조를 더는 유지할 수 없는 만큼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수입에 근거해서 지출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건보재정 관리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런 내용의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의 초안을 최근 공개했다.
보고서는 먼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처하거나 앞으로 처할 엄혹한 현실과 미래를 냉정하게 짚었다.
보건사회연구원 |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의 토대를 위협하는 위기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빠른 속도로 본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총인구가 감소하는 속에서 저출산·고령화로 노인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2025년에 조기 진입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경제적으로는 잠재성장률마저 뚝 떨어지며 저성장이 굳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2023년과 2024년 잠재성장률을 각 1.9%, 1.7%로 추정했는데, 한국 잠재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분석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보사연은 인구와 경제가 커지는 황금기를 지나 이제는 인구와 경제가 쪼그라드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전처럼 쓰는 만큼 더 걷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건강보험 재정 여력이 고갈되는 현실을 고려해 '양출제입'(量出制入: 지출을 먼저 결정한 후 이에 맞게 세금을 거두는 방식)의 관행화된 경로의존성을 탈피해, '양입제출'(量入制出: 수입을 먼저 계산한 후 지출 규모를 맞추는 원칙)로 건보 재정관리 체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의료기관, 약국 등 의료 공급단체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지급하는 요양 급여비용, 즉 '수가(酬價) 인상'을 결정하고, 이런 보건 의료비 지출 규모에 연동해서 건강보험료율을 올리는 등 수입 규모를 정하는 구조이다.
사실상 진료비 통제 기전이 부재한 실정이다.
보사연은 이런 건보재정 관리구조를 국민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건보 제도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 재정관리체계로 혁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건강보험료율을 먼저 결정하고 이후에 총 의료서비스 가격 인상률을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선(先) 지출→후(後) 수입' 구조를 '선(先) 수입-후(後) 지출'로 바꿔서 재정관리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보건사회연구원 |
보사연은 나아가 지금의 획일적 의료수가 인상 방식에서 벗어나 필수 의료와 고가치 의료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의료서비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격결정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건사회연구원 |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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