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zip] 이걸 한 사람이? 게임 현금거래 사기 종결자 등장

▲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게임 관련 사이버 직거래 사기 현황 (자료출처: 경찰청, KiCS 통계)

게임을 즐기다 보면 유저들끼리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게임사가 약관에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불법은 아닌데요. 대부분 비대면으로 거래하다 보니 범죄가 발생하기 쉬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게임 관련 사이버 직거래 사기는 3만 3,522건, 피해액은 314억 원에 달합니다.

이번에 살펴볼 판례는 매우 특이한데요, 한 사람이 6개월 간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과정에서 벌일 수 있는 모든 사기를 저지르고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케이스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범행을 저지르기 불과 2개월 전 사기죄로 징역 6개월에 처했으나 인천구치소에서 구속취소결정을 내리며 석방됐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각종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유형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 특기할 만합니다.

구체적으로 2016년 10월 24일부터 2017년 3월 4일까지 약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게임아이템 현금거래 사기 4건, 일반 사기 1건을 자행했고, 수법은 ① 먹튀, ② 해킹 회수, ③ 3자 사기(판매), ④ 3자 사기(구매), ⑤착오송금 수법으로 모두 달랐습니다. 가히 ‘게임 현금거래 사기의 종결자’라고 부를 수 있는 행보를 보였죠.

이 사건을 다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단5309, 2017고단7923 판결을 토대로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시 어떠한 사기 범죄가 발생할 수 있고, 피해를 막기 위해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약 6개월 간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이 등장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1. ‘먹튀’ 유형

먼저, 게임 아이템 직거래를 할 때 가장 기본적인 사기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소위 ‘먹튀(‘먹고 튀다’의 줄임말)’ 유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상대로부터 먼저 돈이나 아이템을 받고, 주기로 한 아이템이나 돈을 주지 않고 잠적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 피고인은 2016년 12월 2일 피해자가 올린 ‘남산 밀레니엄 호텔 뷔페 식사권’을 구매한다는 글을 보고, 피해자에게 연락해 현금 30만 원을 입금하면 뷔페 식사권을 등기우편으로 보내주겠다고 거짓말했습니다. 30만 원을 받은 피고인은 2016년 12월 11일까지 총 5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총 110만 4,000원을 가로챘습니다.

사건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식사권이지만 게임 아이템을 사이에 둔 현금거래 ‘먹튀’ 사기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전개됩니다. 다만, 게임 아이템 거래는 대부분 중개 사이트를 통해 하기 때문에 이러한 ‘먹튀’ 사례는 잘 발생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혹시라도 중개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 거래할 때는 상대방의 인적사항, 사기 이력 조회 등을 확인하고 믿을 수 있는 경우에만 먼저 대금이나 아이템을 지급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 ‘해킹 회수’ 유형

다음으로 살펴볼 유형은 해킹 회수 유형입니다. 게임 아이템을 정상적으로 판매한 뒤 게임사에 해킹 피해를 당한 것처럼 거짓으로 신고해 아이템을 돌려받는 수법인데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016년 10월 24일부터 11월 19일까지 약 한 달 간 총 351만 7,000원을 빼앗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피해자에게 게임머니를 팔겠다고 거짓말한 후 게임사 측에 해킹으로 신고해서 판매한 게임머니를 회수하려 한 것입니다.

사기꾼 입장에서는 피해자는 물론 게임사까지 속여야 하기 때문에 범죄를 성공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일단 정상적인 해킹 피해로 신고가 접수되면 구매자로서는 굉장히 복잡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게임사 대부분이 약관으로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피해배상 등에 대해 호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약관 위반으로 인한 제재와는 별개로 이러한 경우에 게임사를 통해 피해를 복구받고 싶다면 정상적으로 진행된 거래였다는 증거를 충분히 수집하고 이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즉, 거래 과정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 게임사 대부분은 약관에서 아이템, 게임머니, 계정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자료출처; 넷마블 공식 홈페이지)

3. 3자 사기(판매) 유형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유형은 3자 사기라 부르는 것입니다. 수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글을 확인한 뒤, 그 아이템의 구매하려는 사람을 확보해 판매자에게 접근 합니다. 이후, 구매자로 하여금 판매자에게 돈을 지급하게 하고, 돈을 받은 판매자에게는 마치 본인이 돈을 지급한 것처럼 속여 아이템을 가로채는 수법입니다.

가장 많은 만큼 이번 사건에서도 빠지지 않았는데요, 피고인은 2016년 11월 27일 PC방에서 피해자 A가 올린 아이템 판매 게시글을 보고 채팅창을 통해 연락한 후 다른 곳에 글을 올리면 구매신청을 해 300만 원에 사겠다고 속였습니다. 이후 신원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사람에게 구매신청을 하게 하고, 그를 피고인인 것처럼 믿게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고인은 구매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시가 50만 원 상당의 아이템만 받아갔죠.

이러한 방식은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수법이지만,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의외로 피해를 입기 쉬운 사기유형이기도 합니다. 이런 유형의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는 판매자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를 꼭 확인하고, 판매 중인 아이템이 실제로 판매자가 판매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역시 체크한 후 거래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4. ‘3자 사기(구매)’ 유형

반대로, 3자 사기(구매) 유형은 판매자가 아닌 아이템을 구매하려는 구매자에게 접근합니다. 마찬가지로, 아이템을 구매한다는 글을 보고 판매자를 확보한 뒤, 구매자로 하여금 아이템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게 합니다. 이후 입금을 확인한 판매자로부터 아이템을 받은 후 잠적하는 방식으로 범행이 이뤄집니다.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은 2016년 10월 26일 고양시에 위치한 PC방에서 피해자에게 ‘현금 100만 원을 입금하면 아이템 R을 판매한다고 속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는 아이템 판매자에게 대금을 송금하게 하고, 판매자로부터는 본인이 입금한 것처럼 속여서 아이템을 가로챘죠. 구매자는 100만 원을, 판매자는 100만 원 상당의 아이템을 잃은 셈입니다.

피해자가 판매자인지, 구매자인지가 달라졌을 뿐, 완전히 동일한 방법의 사기 수법인 만큼 대응책도 마찬가지로 구매자의 신원을 확실히 확인하고, 처음 글을 올린 거래 중개 사이트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올 것을 유도하면 거래를 멈추는 등 주의가 필요합니다.

▲ 신뢰할 수 있는 사람하고만 거래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4. ‘착오송금 회수’ 유형

마지막으로, ‘착오송금 회수’ 유형이 있습니다. 이는 3자 사기 수법을 변형한 것으로, 필자도 이 사건 판례에서 처음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017년 3월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PC방에서 중개 사이트에 접속해 게임머니를 구매하는 피해자에게 접근했습니다. 이후 “300만 원을 입금하면 게임머니 5억을 팔겠다”라고 거짓말했죠. 이후 피해자에게 게임머니 약 2억 가량을 100만 원에 판매하는 사람의 계좌로 300만 원을 송금하게 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판매자에게 “100만 원을 입금한다는 것이 실수로 300만 원을 넣었다. 200만 원을 돌려달라”라는 취지로 거짓말을 하며, 판매자로부터 200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본인 여자친구 명의 계좌로 돈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고, 일련의 과정 끝에 범죄가 완성됐죠.

이처럼 ‘입금을 잘못했으니 일부를 송금해달라’는 방식은 3자 사기 수법을 변형한 것이기에 기본적인 대응책도 비슷합니다. 판매자나 구매자 신원을 확실히 확인하고, 거래 상대가 정말로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사람인지를 면밀히 체크하여,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면 거래를 중지해야 합니다. 특히 사기의 구조상 게임머니를 거래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습관이 필요

▲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근래 들어, 게임 아이템 및 계정 거래가 과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해지고, 거래 가액도 매우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게임사는 약관에서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고, 게임 시스템적으로 아이템이나 계정을 현금으로 거래할 방법 또한 마땅하지 않아 거래 대부분은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할 때에는 되도록 검증된 거래 중개 사이트를 이용하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대 신원을 꼭 확인하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하여 거래 내역을 보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게임메카 강정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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