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원이 3원으로 폭락 ‘휴지조각’
"밑지면 아파트 팔아 갚는다더니..."
해당 경찰 "손실 보상한다 말 안해"
현직 경찰관이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한 정모(77) 씨에게 직접 써 준 어음./ 정 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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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경기=김태호 기자] "현직 경찰이 확실한 투자라고 하길래 믿었는데..."
경기 안산시에 사는 정모(77) 씨는 지난 2021년 3월 29일 A 경찰서 소속 이모 경감의 계좌로 2500만 원을 송금했다.
수렵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이 경감이 가상화폐 투자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이 경감은 "로또를 왜 하느냐, 저는 P코인을 매수해 한 달 만에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며 정 씨를 유혹했다고 한다.
당시 그의 말을 함께 듣던 정 씨의 지인도 3500만 원을 보냈다.
하지만 정 씨 등은 얼마 뒤 P코인의 가격이 급락, 원금의 90% 이상 손실이 났다는 황당한 소식을 들었다. 개당 3500원이 넘던 것이 3~5원 수준으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는 것이었다.
정 씨는 최근 <더팩트>와 만나 "거래계좌를 만들 필요도 없이 자기가 직접 거래하고 원금과 이익금을 한꺼번에 돌려주겠다고 해서 믿고 돈을 빌려줬다"면서 이 경감이 약속어음 용지에 써준 보관증을 내보였다.
정 씨는 "손해가 나면 화성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라도 팔아서 챙겨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며 "경찰이 어떻게 사기를 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이 경감은 "알고 지내던 형님들에게 투자 종목을 소개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경감은 "1800원대이던 P코인이 3500원으로 올라 이익을 봐 그 내용을 말했고, 관심을 가져보라고 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자신의 거래계좌를 사용한데 대해서도 정 씨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경감은 "계좌를 직접 개설해서 사면된다고 했는데, 되레 (정 씨 등이) 경찰관이 도망갈 것도 아니고 돈을 보내 줄 테니 현 시세대로 사서 나중에 자신의 코인과 함께 팔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제가 이야기를 꺼내 (정 씨 등이) 코인을 샀고 결과적으로 손해를 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손실이 나더라도) 아파트를 팔아 보전해 주겠다는 말은 꺼낸 적이 없고 저 역시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이 경감이 자신의 돈을 돌려주지 않자 법원에 ‘2500만 원과 이자를 지급토록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 지난해 7월쯤 법원의 이행권고결정을 이끌어냈다. 정 씨는 이 경감에게 건넨 돈이 ‘차용금’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강제집행 청구소송에서는 정 씨가 패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변제기한이나 이자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 등으로 보아 이 경감이 쓴 어음은 ‘차용금에 대한 담보가 아니라 정 씨가 투자한 코인의 보관증으로 봐야 한다’고 지난 8월 판시했다.
정 씨는 "자식들에게 말도 못하고 이번 사건으로 지병이 악화하는 등 상심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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