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0월 3.8%를 기록하고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8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동 분쟁 장기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제유가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9일 한국은행은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은이 가장 최근 발표한 8월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3.5%, 2.4%로 제시돼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3.6% 수준이던 2023년도 물가 전망을 0.1%포인트 낮춘 이후 5월과 8월까지 현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던 물가는 중동 사태에 따른 유가 상승과 농산물 가격 급등 등으로 상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물가를 바라보는 한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은은 그동안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물가 등 대내외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부쩍 물가 상방 리스크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달 초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유가·농산물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전망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향후 물가상승률을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BNP파리바는 이달 초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포인트씩 높인 3.7%와 2.6%로 상향했다. 이에 대해 윤지호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식품과 공산품 가격 상승, 개인서비스물가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10월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면서 "이 같은 물가 상승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제시한 올해와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3.6%, 2.6%) 역시 한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이 내년 물가 전망치를 높여 잡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의 경우 유가가 10%포인트 오를 때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2년 이상 이어지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은이 앞서 물가상승률 예측 당시 국제유가를 84달러로 가정했던 만큼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초 열린 '한은-대한상공회의소 공동세미나'에 참석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가 90달러 이상으로만 변해도 저희의 예측을 많이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은행 등 주요 기관들은 물가 목표 수렴 시점을 일러도 내년 4분기 또는 2025년 상반기로 관측했다. 이처럼 예상경로를 벗어난 물가는 한은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높아졌다. 한은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통화정책 결정 시 물가 상승세도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주경제=배근미 기자 athena350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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