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가짜 빈대 퇴치법’ 기승
지난 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숙박 업소에서 공무원 등이 침대 위 이불과 베개를 들춰보며 빈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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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빈대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빈대 퇴치법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빈대는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라졌지만 최근 해외에서 유입되면서 고시원, 사우나, 기숙사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빈대가 출몰하면서 온라인에는 검증되지 않은 빈대 퇴치법이 떠돌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6)씨는 빈대를 피하기 위해 지난 주말부터 집 안의 모든 등을 켜뒀다. 안방 전등은 물론, 욕실 보조등과 탁상 스탠드까지 전부 켜뒀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빈대가 빛을 싫어해 밝은 곳을 피한다’는 게시글을 봤기 때문이다. 이씨는 “24시간 내내 모든 등불을 켰고 잘 때도 불을 환히 켜고 잔다”며 “유럽에서 빈대에게 물린 적 있는 친언니가 트라우마가 있어서 빈대 퇴치에 좋다는 건 닥치는 대로 다 하는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불빛과 빈대 퇴치는 관련이 없다.
이처럼 최근 온라인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가짜 빈대 퇴치법’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빈대를 죽이는 데 좀약, 베이킹 소다, 드라이 시트, 에센셜 오일이 좋다”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네이버 카페에 “피톤치드 용액을 아침저녁으로 온갖 뿌렸더니 빈대 살균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자 이를 따라 하겠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유튜브나 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도 빈대를 소재로 한 영상이 많다. “빈대의 천적은 바퀴벌레”라는 영상도 있었지만 사실무근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빈대 퇴치 방법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인체에 해로운 빈대 퇴치법까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규조토 가루를 뿌리라는 조언이 대표적이다. 규조토는 단세포 미세조류인 규조류의 외피가 바다나 호수 바닥에 퇴적돼 형성된 흙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침대 바닥과 벽 틈에 규조토 가루를 뿌리면 빈대를 예방할 수 있다” “산업용이 아닌 식용 규조토를 쓰면 해롭지 않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종류와 상관없이 규조토 가루를 일정 수준 이상 흡입하면 규폐증(규사 등의 먼지가 폐에 흉터를 남기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빈대 예방 대응 정보집’에 따르면, 빈대를 발견할 경우 스팀 고열, 진공청소기, 오염된 직물의 건조기 소독 등 물리적 방제와 살충제(피레스로이드계) 처리 등 화학적 방제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민간 요법으로 빈대를 퇴치하는 건 위험할 수 있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을 우선 따르고 방역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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