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소 후 수출액 3분의1로
지금은 태양광 각광에 공급 부족
'도시개발 붐' 중동서도 수요 늘어
효성重 등 3분기 영업익 두자릿수
현대일렉, 알리바마 등 공장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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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수출길이 막혔던 한국산 변압기가 10년 만에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맞아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고가 수주가 지속되자 업체들은 설비 증설을 서두르며 대응에 나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267260)과 효성중공업(298040)(중공업 사업 부문)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2.3%로 나란히 두 자릿 수를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대를 돌파해 지난 1·2분기에 이어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LS일렉트릭은 전체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돌았지만 전력인프라 부문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28%나 급증했다.
한국산 변압기 호황은 약 10년 만이다. 국내외에서 수주 실적을 꾸준히 쌓아가던 국내 업체들은 지난 2011년 미국 업체들의 제소로 반덤핑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수출이 급감했다. 당시 대미 변압기 수출액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 인프라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노후화된 변압기 교체 시즌까지 겹치자 변압기 수요는 공급이 달릴 정도로 급증했다. 변압기 수명은 통상 30~40년인데 현재 미국 전력기기의 70% 가량은 25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증가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프로젝트 물량을 수주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하반기에도 추가 수주 여력이 남아 있어 내년에는 수익성 개선의 폭이 더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개발을 본격화한 중동 지역의 변압기 수요도 국내 업체들에 호재로 작용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 업체와 네옴시티에 투입할 고압 차단기 및 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에 국내 전력기기 3사의 합산 수주잔고는 3분기 기준 11조 원을 넘어섰다. HD현대일렉트릭이 39억 6700만 달러(약 5조 192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2% 증가했으며 효성중공업(3조 5000억 원), LS일렉트릭(2조 3174억 원)도 작년 보다 크게 늘었다.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업체들은 설비 확충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과 알라바마 공장의 증설을 결정했다. 알라바마 공장은 180억 원을 투자해 연말부터 증설을 시작한다. 울산과 알라바마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는 2024년 하반기부터는 연간 매출이 2200억 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추가적인 변압기 생산능력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법인의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국내에선 창원시에 초고압 개발 설비를 확대할 방침이다. LS일렉트릭은 현지 법인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 업체들의 호황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서고 미국이 전력망 투자를 높이면서 수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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