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3% 하락…공매도 잔고 남았지만 추가 매수 여부는 불투명
증시 전문가 "공매도 금지로 수급 개선 지속 어려워 …향후 장세는 펀더멘털이 좌우"
전날 주가지수를 역대 최대폭으로 끌어올린 주인공인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하며 조정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날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조2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전환해 하락 압력을 높였다.
이에 따라 빌려서 판 주식을 갚기 위해 사들이는 '숏커버링'(공매도 재매수)에 따른 증시의 수급 개선 효과가 예상보다 더 빨리 소멸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공매도 금지 효과 하루 만에 소멸. 코스피 1% 넘게 하락 출발 |
◇ 숏커버링 물량 단기 소진…이차전지株 등 조정
전날 급등했던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이날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10.23% 하락했으며 POSCO홀딩스[005490]와 포스코퓨처엠[003670]은 각각 11.02% 떨어졌다.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22.76%, POSCO홀딩스는 19.18% 급등했고, 포스코퓨처엠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는 전날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오름폭(134포인트)의 절반가량을 반납하고, 58.41포인트(2.33%) 내린 2,443.96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15.08포인트(1.80%) 하락한 824.37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7천4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천852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이날은 992억원과 2천45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각각 3천930억원과 2천215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 분위기에 가세했다.
전날 외국인 매수 물량의 대부분은 공매도 중지에 따른 숏커버링 물량으로 증시 급등의 주된 동력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됐고,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들이 대거 급등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숏커버라는 게 일정 부분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성격이지 계속 있는 물량은 아니다"며 "어제 너무 많이 올랐는데 예상하지 못한 제도 변화에 따라 시장이 이상 반응을 한 것이지 추세적 반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보면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 올라 봐야 1~2주 동안 6% 정도 올랐는데 어제는 한번에 5% 올랐다"며 "공매도 금지 효과들은 대부분 반영됐다고 봐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공매도 잔고금액 상위 종목 및 주가 상승률 |
◇ 공매도 잔고 남았지만…추가 매수 여부는 불투명
공매도 잔고 변동은 파악하는 데 사흘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전날 외국인투자자의 숏커버링 규모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연초 9조3천606억원(시가총액 대비 비중 0.53%)에서 지난 2일 현재 11조6천623억원(0.62)으로 늘어난 상태다. 코스닥시장 공매도 잔고도 같은 기간 2조8천239억원(0.91%)에서 5조8천638억원(1.55%)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앞으로 숏커버링 매수세가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되더라도 공매도 잔고를 한꺼번에 청산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추가 매수 여부는 향후 주가 움직임과 증시 전망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가가 급등할 거 같으면 주식을 되사야겠지만 어제 하루 만에 급등장이 끝난 거로 보는 입장이라면 주식 빌린 거에 대한 이자를 감내하더라도 버틸 것"이라며 "공매도가 금지됐으니까 공매도 잔고가 다 풀려야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역대 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코스닥 등락률 |
◇ 전문가들 "향후 장세는 펀더멘털이 좌우"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수급 개선 효과는 오래 지속하기 어렵고, 향후 장세는 결국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석환 연구원은 "정부 공매도 금지로 인한 수급 효과는 단기적이기 때문에 기업의 펀더멘털에 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외국인이나 기관의 현물 매도가 계속되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선 연구원은 "앞으로 외국인들은 숏커버링 물량에 있어 본격적으로 매수세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종목별로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적주 위주로 접근할 가능성 있다"고 봤다.
정명지 연구원은 "논의의 초점을 너무 공매도에 맞추다 보니 과잉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 장기 금리 급락으로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모두 오름세인데 우리나라는 공매도 금지로 인해 오름폭이 더 커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어제 숏커버링 효과로 너무 많이 올라서 오늘은 어제 급등한 것을 되돌렸지만 증시의 상승 방향성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정환 연구원은 "수급 효과 이후에 주가가 진정되면 결국 시장은 펀더멘털로 복귀할 텐데 3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수출 지표도 잘 나오는 등 턴어라운드 기세가 아직 살아 있어서 코스피는 연말까지 2,400~2,600 사이에서 움직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웅 임은진 송은경 이민영 기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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