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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선정

“과도한 예타 규제가 균형발전 저해”···서울시 토론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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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후 서울 철도사업 예타 통과 전무

수도권, 비수도권보다 경제성 평가 비중 높아

서울시 “내년 초 정부에 개선안 건의”

경향신문

서울시가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 철도망 구축,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좌장으로 참석한 이세구 한국산업경제연구소 소장(가운데)이 토론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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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이 대규모 투입되는 사업의 경제성 등을 사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서울 강남북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도권의 경우 예타에서 비수도권보다 경제성 비중을 높게 평가해 철도망 구축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도심 집중화와 고밀도 개발, 미래 잠재적 수요가치 반영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한 예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 철도망 구축,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과 경전철 4개 노선(강북횡단선·목동선·난곡선·면목선) 등 최근 추진 중인 5개 도시철도의 예타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정부 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기획재정부가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예산 낭비와 사업 부실화 등을 막고 국가 재정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당초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모두 예타 평가항목이 크게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 3개 분야였으나, 2019년 수도권 평가항목에서 지역균형발전이 빠졌다. 그러면서 경제성(B/C) 평가 비중이 기존 40% 안팎에서 60~70%로 높아졌다.

발제를 맡은 김기봉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장은 “예타가 경제성 평가 위주다보니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지역 내 철도망 추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라며 “2019년 이후 서울 철도사업은 예타를 1건도 통과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서울 용산~경기 고양 삼송)이 대표적이다. 서울 서북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13년부터 추진돼온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예타를 탈락했다. 강북횡단선(청량리역~묵동역)과 면목선(청량리역~신내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항동), 목동선(신월동~당산역) 등도 예타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철도망은 교통 낙후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교통 인프라가 갖춰져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강남북 균형발전이 이뤄진다는 것이 서울시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개발지역 주민들의 교통불편과 서울지하철 혼잡도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토론회장에는 은평·양천·관악구 주민들이 대거 참석해 “낙후된 곳은 계속 낙후해야 하나” “교통은 복지”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과장은 “도시철도사업 공사비는 전체 사업비 중 40~50%를 차지하며 매년 공사비 증가로 경제성이 더 하락할 것”이라며 “수도권 예타의 경제성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 철도사업의 경우 정책성 평가 내 재원조달 위험성도 필수 평가항목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정화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교수도 “현재 예타 평가에 대도시권에 필요한 인프라를 반영하는 편익 항목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도시 권역의 경우 출퇴근과 여가 등의 목적으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교통량이 급증함에 따라 교통인프라 기능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재정 사업 심사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3개 편익을 주로 고려하지만 정치적 결정, 주민 추진 의지, 비용대비 효과 등 정성적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는 등 외국은 다양한 항목을 대상으로 구체적 평가를 실시한다”며 “예타 경제성 평가에 혼잡도 완화 등 도심 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편익 항목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들도 예타 제도 개선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박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경제성 평가에서)‘업무 이외 통행 가치 편익’은 ‘업무 통행 가치’의 3분의 1 정도로만 평가된다”며 “이는 25년 전 모빌리티 이동성을 높여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정치적) 철학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데, 요즘처럼 워라밸과 삶의 질을 강조하는 시대와 맞지 않는 틀”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예타는 예산 효율화에 기여하는 제도로 재정부처(기재부)가 사업 시행 여부를 관장하는데, 시행부처(서울시 등)가 했으면 우선순위나 비경제성 분석 결과에 신뢰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서울지역 4개 경전철이 2021년 10월부터 예타가 시작됐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은 서울시에서 예타에 대응해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만들지 않았는지 등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예타 제도 개선과 관련해 전문가들과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이날 토론회 결과 등을 반영해 내년 초 정부에 개선안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더 늦기 전에 사회현실 및 시민 정서와 괴리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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