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6일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가운데 전장보다 5% 넘게 급등해 2,500대로 올라섰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134.03포인트(5.66%) 상승한 2,502.37로 집계됐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57.40포인트(7.34%) 폭등한 839.45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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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하루에 134.03포인트 상승…역대 최대 상승폭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5.66% 상승한 2502.37에 장을 마쳤다. 이번 상승폭(134.03포인트)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상승률은 2020년 3월25일(5.89%) 이후 최대치다. 코스닥도 이날 7.34% 급등한 839.45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닥에서는 2020년 6월16일 이후 3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코스닥150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6% 이상 상승하고 코스닥150지수가 직전 매매거래일의 최종수치 대비 3% 이상 상승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경우 발동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25.1원 하락해 1297.3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300원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3일(1299.1원) 이후 3개월 만이다.
이날 증시는 공매도 잔고가 많은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포스코퓨처엠(29.93%), 금양(29.97%)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22.76%), 포스코인터내셔널(21.19%), POSCO홀딩스(19.18%) 등이 급등했다. 코스닥에서는 일명 ‘에코3형제’ 중 에코프로비엠(30.00%), 에코프로(29.98%)가 상한가를 찍었고 에코프로에이치엔은 28.73% 상승했다. 포스코DX(27.00%), 엘앤에프(25.30%) 등도 급등했다.
그동안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들을 대상으로 운영된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누적 거래액은 107조6300억원으로 전체 공매도 거래액 비중의 67.9%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액은 2조6676억원으로 1.7% 수준에 불과했다.
공매도 잔고를 대량 보유해 신고를 한 외국인투자자를 보면 메릴린치 인터내셔날(1만8257건), 모건스탠리 인터네셔날 피엘씨(1만5535건),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1만76건) 등 영국계 대형 금융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공매도 잔고금액이 가장 높은 종목을 보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POSCO홀딩스 등 이차전지 관련주가 다수를 차지했다.
증권가는 공매도 전면금지에 따른 쇼트커버링(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장내매수) 효과로 단기적인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특정 이슈로 인해 공매도 잔고가 많이 쌓였던 종목들이 단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며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쇼트커버링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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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해 초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암시했던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에 나선 데 따른 국제적인 신뢰도 하락은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외신에서는 한국의 공매도 금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밸류에이션(가치 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주식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통신은 이번 당국의 발표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도 한국의 공매도 한시 금지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초 한국 규제당국은 공매도 혐의로 외국 투자은행에 벌금을 부과했다”며 “한국 관료와 시장 참가자들은 MSCI가 한국을 선진국 시장 지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해결해야 할 요인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았다”고 이번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상방을 열기보다 하방을 막는 효과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조치로 주가의 드라마틱한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로 오히려 시장 전반적인 유동성 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을 기대하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등으로 얼룩진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공매도 중단 조치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매도 조치가 총선용 이슈몰이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회계법인 경영진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 금지는 선진적 공매도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매도 시장에 대해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도로 골목이 아니라 유리가 다 깨져 있을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돼 있는 장이었다”면서 “이미 확인된 불법 공매도 대상만 보더라도 100여개 종목이 무차입 공매도 대상이 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자꾸 정치권 얘기를 하는데 이것은 시장조치”라며 “법에 정한 요건이 있을 경우 시장조치로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이고 밖에서 뭐라 했든 요건을 검토하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매도 중지에 MSCI 지수 편입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MSCI 지수 편입은)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하는 것이지, 공매도 하나만 보고 공매도를 금지하면 (편입이) 안 되고, 하면 (편입이) 되고 이런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사이 개인 투자자 등이 문제를 제기한 것들에 대해 전향적으로 전문가와 논의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업권협회 회장단 및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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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세진 은행권 이자 이익 압박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을 겨냥해 ‘독과점’,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 등의 발언으로 작심 비판한 뒤부터 금융당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특히 올해 은행권들이 상당한 규모의 이자이익을 거둔 것을 놓고 압박성 발언이 거세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압박에 은행들은 서둘러 ‘상생금융’ 상품을 확대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여신전문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생명보험, 손해보험협회 6개 업권 협회장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권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끝나자마자 대출금리가 올라 언제쯤 사정이 나아질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정부와 금융권이 합심해 좀 더 체감 가능한 지원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두드러지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횡재세’와 같은 수익 회수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9366억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7.4%(2조1314억원)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대 금융그룹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5조649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회계법인 대표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이자수익이 60조원 수준으로 역대 최고일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하자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은행권의 영업이익이 많다”며 “반도체와 자동차에 비해 은행산업에 계신 분들이 어떤 혁신을 했는지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29조4000억원이다.
이 원장은 은행 이익 증가 원인과 관련해 “미국이 가계소비와 민간소비가 견고한 이유는 고정금리 베이스라 캡(상한선)이 있어 늘어난 소득에 지출할 여유가 생기는데, 국내에서는 금리 변동으로 인한 충격은 위험 관리를 못 하는 개인들이 받아야 하는 구조”라며 “정부 당국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이런 고민이 매도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은행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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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계대출 급증으로 인한 은행권의 금리 인상 움직임은 다시 잦아드는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가산·우대금리 등을 조정하는 방식의 추가 가계대출 금리 인상은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생금융 프로그램도 앞다퉈 편성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 등의 금융부담을 낮추기 위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추가로 내놓았다.
앞서 하나은행은 총 1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우리금융과 KB국민은행도 관련 방안에 대한 검토 및 논의 중이다. ‘횡재세’ 신설 주장도 나오지만 여소야대인 국회 지형상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상생금융’ 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원장은 이날 이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 안이 마련된 건 없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정부·당국의 계속되는 압박을 향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소상공인분들이 사업 과정에서 이자 등 금융비용 때문에 힘들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소상공인이 힘든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가 좋지 않고, 그 때문에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은행 탓이 아니다”라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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