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당국이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공매도 특별조사단'(특조단) 가동에 들어간다.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의 공매도 거래를 전수하는 특조단은 공매도 전면 금지의 명분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특조단의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안이 결정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
금감원 '특조단' 가동… 글로벌IB 공매도 '전수조사'
━
금감원은 6일부터 총 20명 규모의 특조단 운영을 시작했다. 특조단은 기존 조사2국 공매도조사팀(8명)보다 인원을 12명 늘려 팀 단위 조직을 부서 단위로 확대 개편했다. 공매도 조사 경력자와 영어 능통자, IT(정보기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특조단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에 있는 글로벌 IB들을 대상으로 2021년 5월 공매도 부분재개 이후 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다. 글로벌 IB로부터 공매도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의 공매도 주문 수탁 의무 이행 여부도 전수조사 대상이다. 공매도 거래의 실질 투자주체인 최종 투자자(엔드 클라이언트)의 공매도 악용 개연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점검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면서 "불법 공매도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 특조단을 통해 글로벌 IB를 전수조사하고,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예의 없이 엄단하겠다"며 "처벌을 더욱 강화하고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
전면 금지 이끈 BNP파리바·HSBC 불법 공매도 적발
━
금감원이 특조단을 꾸린 배경에는 지난달 중순 발표한 BNP파리바와 HSBC의 560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있다. 글로벌 IB의 관행적 불법 공매도를 적발한 최초 사례로, 2021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과징금 제도 도입 이후 최대 규모 과징금 부과가 예상된다.
이번 적발 사례는 현행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명분으로도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가 증권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시장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로 증시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학문적 근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 원인이 불법 공매도라는 통계적 분석 역시 없었다. 공매도 금지가 세계적 흐름과 배치되는 점도 인정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의 정책적 논리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시장에 참여하는 주요 기관 내지 증권사들의 다수가 특정 영역에서 불법적 행위를 했거나 한 걸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적은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고민(공매도 금지)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
'韓 특유의 상황' 특조단 전수조사로 입증?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관련 브리핑에서 관행화된 무차입 공매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단행한 배경으로 '우리나라 특유의 상황'을 제시했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불법 공매도가 활개칠 경우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지난주부터 증시가 반등을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변동성 확대보다 불법 공매도 만연이라는 가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특조단이 실시하는 글로벌 IB 공매도 전수조사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전수조사에서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행태가 관행적으로 이뤄졌고, 주요 종목의 주가하락을 일으켰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조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낼 경우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에 정치 논리가 작용했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공매도 제도 개선의 시작점이 현행 제도의 문제점 파악이라는 측면에서도 특조단의 성과가 중요하다. 불법 행위 적발 과정에서 제도상 허점이나 악용 사례가 발견될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전수조사 결과 불법 공매도 관행의 만연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금융당국이 문제가 있는 제도를 그대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과잉 조사와 역효과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내용은 대부분 업무 실수와 관련된 건들이다. 증시가 붕괴하거나 해당 종목이 급락한 적도 없다"며 "주가는 상승시키는 힘과 하락시키는 힘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만약 업무 실수를 침소봉대한다면 결국 힘의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가가 올라갈 때는 좋아보이지만 결국 떨어질 때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이 본다"고 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