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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메가 서울’ 이어 총선 이슈화… 청년 개미투자자 겨냥 행보 [공매도 한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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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들 잇단 촉구 배경

HSBC 등 2곳 560억원대 불법 적발

‘영끌’ 청년층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

윤상현 “韓, 글로벌 공매도 맛집 오명”

일각 “보수당 기조와 어긋나” 부정적

금융당국, 기존엔 국제기준 들어 반대

“중단 아닌 개선책 마련이 우선돼야”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김포 서울 편입에 이어 공매도 한시 금지를 논의 테이블에 올린 데에는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서다. 특히 최근 늘어난 청년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매도에 대한 반감이 큰 만큼 여당이 공매도 한시 금지 추진으로 청년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5일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식시장 공매도 제한 여부 등을 논의했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날 공매도 한시 금지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세계일보

한투연 ‘공매도 반대’ 운동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2021년 2월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제도 운영을 전면금지한다고 5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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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우리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손실과 손해를 입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개인투자자들이 불공정이라고 지적한 제도를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의 560억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됐고 현재 3곳의 IB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Short(공매도)의 문제를 Long(길게) 끌어서는 안 된다”며 단기간 한시 중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윤상현 의원도 SNS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 당국이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 비율과 상환 기간을 조정했다고는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라며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공매도 맛집’이라는 오명을 쓰도록 좌시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여당이 공매도 한시 금지를 다음 총선용 카드로 뽑아 든 것은 특히 청년층 표심을 노린 행보로 분석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주식 투자에 뛰어든 청년층이 급증한 상황에서 공매도는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이 공매도 한시 금지를 띄우는 것은 이처럼 개미투자자들에게 유효한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젊은 층 표심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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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공매도 한시 금지 추진과 관련해 “표를 의식 안 한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라며 젊은 층의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개미투자자들과 젊은 층에서 공매도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부·여당이 나 몰라라 하는 것도 문제지 않나”라며 “정책이란 건 아무리 선한 동기로 추진해도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니까 그런 여러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일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주식시장 상황에서 공매도 한시 중지가 특히 유효한 이슈기 때문에 여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경제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 여의도연구원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주가 하락 상황에서는 공매도 같은 투자 수단이 일종의 시장 쏠림 현상을 가속화해 개인투자자들을 더더욱 속상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젊은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입장에서 공매도 제재가 무조건 이득인 것만은 아니다. 국제 시장의 기준이나 자유시장경제의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당으로서의 기조와 맞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정이 한시 금지를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대놓고 반대 의견이 나오지는 않지만 여당 내부의 물밑에서는 공매도 중단에 반대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데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국제적인 약속이기도 한데 중단했을 때 외국에서 우리 시장을 어떻게 볼지 그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보수정당은 기본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지 않나”라며 “당에서 ‘한시’라는 꼬리표를 단 것도 그런 고육지책의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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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도 그간 국제 기준을 근거로 공매도 금지에 반대해왔다.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관이 쓰는 담보는 대개 주식이라 실제 담보 비율이 140%까지 넘어가곤 한다. 개인투자자들 요청을 받아 120%까지 낮춘 상황에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는 타당하지 않다”면서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도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공매도 중단 관련 질의에 대해 “국내 최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 가장 합리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매도와 관련한 모든 제도 개선을 원점에서 추진할 것”이라며 중단이 아니라 개선책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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