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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티셔츠값 횡령'에 기아 노조원 부글부글…"창피해서 말 안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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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차기 집행부 선출 절차 시작…"새 집행부는 비리 없어야"

(광명=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티셔츠값 부풀려서 뒷돈 챙기는 건 학창 시절 '반 티' 맞출 때도 안 하던 짓 아닌가요? 그런 걸 대기업 노조에서 하니 부끄러워서 말이 안 나옵니다."

연합뉴스

티셔츠 입찰선정 사양서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일하는 조합원 A씨는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일 기아 노조 간부가 단체 티셔츠 가격을 부풀려 1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간 조합원들 사이에서 의혹으로만 돌던 이야기가 기정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A씨는 "티셔츠 품질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 노조 정기 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까지 올라왔으나, 당시 집행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며 "구매 과정 전반의 회계 자료를 공개하라는 데도 '오면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행부는 거기에 더해 소식지를 통해서도 공개입찰을 통한 정상 사업임을 강조하며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들을 비난했다"며 "이런 단순한 횡령을 하면서 적발되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이 더욱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오토랜드 화성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B씨 역시 이번 사건으로 큰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B씨는 "대다수 조합원은 생산에 열중하며 노조를 믿고 쟁의행위 등에도 대부분 다 동참하는데, 정작 집행부는 다른 속셈을 품고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우리 집행부가 이런데 근무 여건을 개선하라고 투쟁한들 누가 들어주겠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가운데 기아 노조는 오는 17일부터 차기 집행부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

후보를 모집해 기호를 추첨한 뒤 1차 투표로 상위 득표자를 선정, 결선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출 절차는 오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아 노조 집행부 선거는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지난번 선거 당시에도 4명의 위원장 후보가 출마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서로 선거운동 방식을 문제 삼아 자체 선관위에 고발하거나 상호 비방전을 벌이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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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담고 있는 노조 소식지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합원들은 이번 티셔츠 사건을 거울삼아 차기 집행부는 비리 없이 투명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외부 회계감사 등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젊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선거 열기가 과열되는 것이 집행부로서 누리는 여러 이권 때문이 아니냐는 강한 비난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30대 조합원 C씨는 "그동안 왜 저렇게 노조 집행부를 하고 싶어서 열을 올릴까 싶었는데, 결국 이권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며 "제발 차기 집행부는 비리 연루 없이 깨끗하게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기 광명경찰서는 지난 1일 배임수재, 업무상 배임,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아 노조 간부 D씨를 구속했다.

D씨는 지난해 9월 기아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나눠 줄 단체 티셔츠 2만8천200벌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입찰업체와 짜고 원가 1만300원짜리 티셔츠를 1만5천400원에 납품하도록 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억4천3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기아 노조 집행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는 6일 지부 대의원들을 소집해 대책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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