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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이태원 참사

면죄부 받아든 ‘세월호 구조 실패’ 해경 지휘부···이태원 참사 책임 추궁에 악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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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16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 지휘부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최상환 전 해경 차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등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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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 지휘라인에 있던 해양경찰청 간부들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이 판결을 두고 지난해 10월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대응의 윗선 책임 추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태원 참사 1년이 넘었지만 검찰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윗선에 대해서는 기소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판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장에 출동한 구조인력은 유죄, 지휘권을 가진 윗선은 무죄’라는 것이다.

1·2심 재판부는 김 전 청장 등이 승객들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회피할 조치가 가능했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해경 지휘부에 세월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구조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 의무가 있는지, 그 의무를 다했는지를 중심으로 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도 법원이 참사 대응에 대한 의무 이행 여부가 아니라 예견 가능성을 기준으로 따지게 된다면 형사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정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대형 재난 사고가 갖는 구조가 같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이태원 참사 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형 재난 상황에서는 현장에 출동하는 구조팀과 정보를 취합해 구조를 지시·조율하는 지휘부가 있는데, 이번 판결처럼 개개인의 책임을 따로 묻게 되면 현장에 간 사람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한 사람이 잘못해도 전체적으로 구조에 실패할 수 있는 대형 참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이런 논리로 접근한다면 지휘부는 정보가 안 들어와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면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진다”고 했다. 2015년 7월 세월호 참사 현장 지휘관이었던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 사건의 2심 재판부는 “해경 지휘부에도 승객 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으므로 김 전 정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형량을 줄이기도 했다.

다만 사고가 예견됐다고 보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지휘부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본 판결도 있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1심은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구 전 청장이 “이 사건 집회·시위의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과 시위대에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2심 재판부는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현장 지휘만을 신뢰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휘권을 사용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는 실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2심과 마찬가지로 과잉 시위 진압에 대한 구 전 청장의 공동책임을 인정하며 이를 확정판결했다.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검찰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수사를 아직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윗선에 대한 기소 여부는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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