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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벗(pivot)'은 사전적 의미로 '회전하다' '중심을 잡다'라는 뜻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기준점이 되거나 급격한 흐름으로 방향이 바뀌게 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운동경기에선 한 발을 축으로 삼아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이야기한다. 농구에서 워킹 반칙을 당하지 않으려면 피벗을 해야 한다. 야구에선 2루에서 주자를 잡은 야수가 1루로 송구해 더블플레이를 완성하는 기술을 일컫기도 한다.
이 말은 국제전략 분야에서도 쓰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미국 외교·군사정책의 중심축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옮긴 것을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라고 불렀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기 미 국무부 부장관으로 점찍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당시 피벗 투 아시아 설계에 관여했고, 2016년엔 '피벗'이란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다.
금융에서 피벗은 금융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금리 등과 같은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을 때 '금리 피벗'이라고 부른다. 2018년 2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취임한 제롬 파월은 이후 1년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며 긴축정책을 펴다 금리 인하로 급선회했다. 당시 연 2.25~2.50%였던 기준금리를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3개 분기 만에 0~0.25%의 제로금리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파월 피벗(파월의 입장 선회)'이란 말이 생겼다.
지난달 19일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하락 추세이지만 여전히 높다"고 발언하면서 금리 피벗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달 1일(현지시간) Fed는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해 기존의 5.25~5.50%포인트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파월 의장은 "당장은 금리 인하는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 시장이 긴축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주요 경제 외신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는 "파월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피벗으로 시장이 환호했다"고 전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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