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7월 -25.9%→-10월 1.3%
하락 폭 둔화에 중동 정세 불안 겹쳐
농산물도 지난해 10월보다 7.3% ↑
"예상보다 하락세 완만…특별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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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유가 하락 폭이 축소된 데다 기상악화 여파로 농산물 가격까지 오르면서다. 정부는 물가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지자 범부처 특별대응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또 연말에는 물가가 3% 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유지했다.
유가 변동이 가장 큰 변수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올 1월 5.2%에서 3월 4.2%, 7월 2.3%로 내려왔지만, 다시 석 달 연속 오르면서 4%대에 근접했다.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의 경우 7월 1.8%에서 10월에는 4.6%로 올라 상승폭이 더 컸다.
오름폭이 커진 배경에는 유가가 있다. 지난달 석유류 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1.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석유류는 지난 7월 -25.9%, 8월 -11.0%, 9월 -4.9% 등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아직 전년과 비교해 마이너스지만 그 폭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면서 “(석유류가) 최근 3개월간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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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B)은 지난달 30일 ‘원자재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중동 지역의 ‘대규모 교란’으로 번지면 유가가 56~7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내년 유가가 90달러만 돼도 한은의 예측이 많이 변할 수 있다”, “8~9월 유가 변동이 발생하면서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축수산물도 지난해 10월보다 7.3% 오르며 물가상승세를 키웠다. 상승폭은 9월(3.7%)보다 두 배가량 확대됐다. 특히 채소류(5.3%)를 비롯한 농산물 물가상승률이 13.5%를 기록했다. 2021년 5월(14.9%)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 중에서는 사과(72.4%), 상추(40.7%), 파(24.6%), 토마토(22.8%) 등이 가파르게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는 12.1% 상승해 지난해 9월 12.8%를 기록한 이래로 1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신선식품지수에는 가격변동이 큰 채소와 과실류가 포함돼 있는데, 이상저온과 같은 기상 여건 때문에 수확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품목 중에서는 신선과실이 26.2% 올라 2011년 1월 31.9% 이후 최대였다.
기획재정부는 예상보다 하락 속도가 완만하지만 연말에는 소비자물가가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석유류 평균 가격이 9월보다는 높았지만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근거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지난 9월 배럴당 93달러에서 지난달 말 88달러까지 하락했다. 농산물 가격은 10월 중하순 이후 본격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장 재료 비축물량 푼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물가상황에 대해 발언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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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김장철 물가안정을 위해 소비자의 김장재료 구매비용을 지난해보다 낮추기로 했다. 배추·무와 고춧가루, 대파 등은 정부비축물량(약 1만1000t)을 최대한 방출한다. 특히 천일염은 역대 최고 수준인 1만t을 전통시장, 마트 등에 시중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할인해 공급한다.
농수산물 할인지원에는 245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138억원)보다 77.5%(107억원) 많은 금액이다. 배추와 대파, 생강은 농협 등과 협조해 대형마트 공급가격 인하를 지원한다. 대형마트 등에 20~30% 할인을 지원함으로써 업체별 자체 할인을 더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최대 50%까지 경감될 전망이다. 한돈자조금(6억원 내외)을 활용해 돼지고기 삼겹살과 앞다릿살 등 할인(20% 내외)도 유도한다.
정부는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를 12월 말까지 1인당 월 최대 30만원으로 확대하고 김장재료 판매점포 등을 대상으로 상품권 가맹점 가입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취약계층·시설에 대한 에너지 비용 지원을 늘리는 등 겨울철 난방비 부담 완화에 나선다. 어린이집을 도시가스 요금할인 대상 시설에 추가해 다음 달부터 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국 2만여개 어린이집이 약 16%가량 요금을 감면받을 전망이다. 전국 경로당(6만8000개소)에 대한 동절기(11~3월) 난방비 지원을 5만원 늘려 월 37만원을 지원한다.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은 지난해 한시적으로 확대한 수준과 동일하게 가구당 평균 30만4000원을 지원한다. 등유를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생계·의료 수급자 중 소년소녀가정과 한부모가정 약 4500가구에 대한 지원금액은 31만원에서 64만1000원으로 늘린다. 연탄을 사용하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소년소녀가정 약 4만가구에 제공하는 연탄쿠폰은 가구당 47만2000원에서 54만6000원으로 확대한다. 소상공인에게는 동절기(10~3월) 사용분 도시가스 요금에 대해 월별 청구 요금을 각각 4개월간 균등 분할납부를 허용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 부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이 돼 소관 품목 물가 안정은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로 철저히 살피겠다”면서 “수급관리와 제도개선처럼 관계기관 간 공조가 필요한 사항은 물가관계장관회의·차관회의를 통해 즉각 대응하는 등 전 부처가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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