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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연예인 '셀프 면죄부',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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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이루→'학폭 논란' 서수진...물의 딛고 연예계 복귀 시동
대중 정서 외면한 '셀프' 면죄부, 응당한 책임과 사과·진실 규명이 우선
한국일보

(여자)아이들 수진과 가수 이루가 각각 학교폭력과 음주운전 논란을 딛고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BRD엔터테인먼트,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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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회적 물의를 빚어도 연예인은 연예인인 걸까. 과거 일련의 논란 속 활동을 중단했던 연예인들이 최근 우후죽순 복귀를 강행하고 있다. 논란 후 일정 기간 자숙을 가진 뒤 '셀프 면죄부'라도 준 양 슬그머니 활동 재개에 나서는 이들의 모습에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최근 그룹 (여자)아이들 출신 서수진은 첫 솔로 앨범 발매를 예고하며 각종 티징 콘텐츠를 공개했다. 서수진의 복귀는 지난 2021년 학교 폭력(학폭) 가해 의혹 속 팀을 탈퇴한 뒤 2년여 만이다.

당시 서수진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학폭) 가해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수진이 학창시절 학폭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제기된 뒤 배우 서신애도 서수진의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서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수진은 '사실 무근'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소속사를 통해 학폭 폭로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정작 문제가 된 서신애에 대한 언어폭력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에 없다"는 식의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비판 여론을 키웠다.

서수진은 해당 학폭 논란으로 결국 팀을 탈퇴했지만, 이후에도 제기된 추가적인 학폭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 사이 서수진이 고소했던 학폭 의혹 폭로자가 명예훼손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학폭 의혹의 진실과 관련해 이목이 집중됐으나 이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팀 탈퇴로 인한 연예계 활동 중단과 동시에 입을 닫은 서수진은 이후 여타 활동 없이 공백을 이어왔다. 2년여의 자숙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는 지난 7월 개인 SNS 계정을 개설하고 근황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 새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체결 소식을 밝히며 11월 솔로 앨범 발매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학폭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그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음주운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이루도 활동 중단 10개월여 만에 복귀를 꾀했다.

이루는 지난해 9월 여성 골퍼 A씨와 술을 마신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고 A씨에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종용한 혐의, 같은 해 12월 함께 술을 마신 지인에게 자신의 차 키를 주고 음주운전을 방조한 뒤 같은 날 본인 역시 음주운전을 하다가 도로 가드레일을 받아 교통사고를 낸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섰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를 되돌아보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해당 논란으로 출연 예정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했으니, 결과적으로 당시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한 것은 맞지만 그의 자숙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등 각종 혐의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으나 그의 자숙 기간은 약 10개월에 불과했다. 그는 최근 아버지인 태진아의 신곡 '당신과 함께 갈거예요'의 작곡에 참여하며 슬그머니 복귀 시동을 걸었다. 태진아의 소속사 진아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루가 해당 신곡의 작곡을 했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복귀에 힘을 실었다.

물의를 빚은 뒤 초고속 복귀를 꾀하는 연예인은 비단 두 사람 만이 아니다. 김새론 역시 만취 음주운전 중 사고를 일으킨 혐의로 법정에 선 지 1년여 만에 뮤직비디오로 복귀하며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황영웅도 학폭 가해 의혹 및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한 데이트 폭력 의혹 등으로 출연 중이던 경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지 6개월여 만에 첫 미니앨범을 발매하고 컴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분명 사회적 물의(범법 행위이든, 도덕적 문제에 따른 것이든)를 일으켰음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빠르게 복귀를 알리는 연예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들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지만, 활동 강행을 통해 과거의 이슈를 덮고 지나가겠다는 듯한 태도다. 이러한 행보를 볼 때,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이선균에 대해 "논란이 잠잠해지면 슬쩍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겠냐"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영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 속 활동을 하는 만큼, 공인으로서 적절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이다. 자신의 과오로 대중의 비판이 이어진 상황에서 납득할 만한 자숙의 태도나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 없이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만 안고 가겠다'라는 식의 행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개인의 잘못에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하는 태도이지만, 과오를 딛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으로 복귀하고자 할 때에는 응당한 책임이 필요한 법이다. 이들의 복귀에 대한 대중의 공감과 용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셀프 면죄부'에 대한 비판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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