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밀집 가자 북부에 미사일 쏴
국제사회 비난 속 ‘죽음의 시가전’
초토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주민들이 10월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생긴 거대한 구덩이 주위에서 희생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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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의 하늘과 땅이 이스라엘의 미사일과 포탄으로 뒤덮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작전이 개시된 이래 하마스와 가장 큰 규모의 근접 전투를 벌였으며, 하마스의 거점으로 알려진 땅굴 안을 처음으로 직접 공격했다. ‘죽음의 시가전’ 서막이 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군이 포위 중인 가자시티 외곽의 자발리아 난민촌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규모 공습을 받아 최소 5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4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상전 개시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고위급을 제거하고 땅굴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난민촌 공습이 불가피했다면서 “이번 공습으로 하마스 대원 50여명과 지난달 7일 기습 공격을 모의한 자발리아여단 지휘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 측은 당시 자발리아에 하마스 지휘관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난민촌 폭격은 무고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발리아 난민촌은 1.4㎢에 불과한 면적에 11만명 이상이 몰려 사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는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면서 이 같은 공습이 이스라엘이 공언한 군사 목표에 비례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깊숙이 진격할수록 이날과 같은 참사가 빈발할 것이란 점이다. 요아브 갈란드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우리는 대규모 병력을 가자지구 깊숙이 전개했다”며 “가자지구의 무장세력을 상대로 한 지상전의 결과와 성과는 매우 높다”고 자평했다. 구체적인 작전 의미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상작전 개시 이래 하마스와 가장 큰 규모의 근접 전투를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을 보면 도심에서 보병과 전차들이 폐허가 된 시가에 발을 들이는 모습이 보인다. 현재로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진지를 우선 장악하려는 소규모 전투로 관측된다.
하마스 “가자, 이스라엘 무덤 될 것”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거점으로 알려진 땅굴 안을 처음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땅굴 안에 있는 하마스 대원과 직접 교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교전과 공습을 통해 밤새 하마스 시설 300여곳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이스라엘군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일 성명에서 지난 이틀 동안 모두 1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상전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지구 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높이 4m, 너비 4.6m, 무게 60t의 이스라엘군 불도저 ‘D9R’은 시가전 확대의 전조로 보인다. 하마스의 주력무기인 로켓추진유탄(RPG)을 방어하는 철갑을 두른 이 불도저는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보병의 피해를 줄이는 데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마스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결사항전을 예고하면서 조만간 가자지구를 이스라엘의 무덤으로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본격적인 시가전이 벌어지면 피란길에 오르지 못한 가자시티 주민들이 대량 살상당할 가능성이 있다.
가자지구 통신은 1일 또다시 먹통이 됐다. CNN 등 보도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통신사 팔텔과 자왈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이 완전히 차단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통신망 두절은 개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인권단체들은 지상전 확대로 사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통신 두절로 구호활동 차질은 물론 인명 피해 상황과 전쟁 보도 등이 차단되고 전시 잔학행위가 은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상전이 격해지면서 하마스를 지원하는 중동 무장단체의 참전도 확대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3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을 겨냥해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면서 “예멘군은 이스라엘의 도발이 멈출 때까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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