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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사망해도 알아볼 수 있도록"…팔찌 착용하는 가자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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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이스라엘 공습에 누적 사망자 6546명

시신 신원 확인도 못한 채 대규모 매장

병원 연료 고갈로 응급실만 운영…휴대폰 의존해 수술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19일째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난민들은 가족들이 사망했을 때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팔찌를 착용하는가 하면, 병원에선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복도에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데일리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난민 캠프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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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동 344명을 포함해 75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는 총 6546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와엘 다두 알자지라 가자지구 지국장의 아내, 아들, 딸, 손자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의 다른 가족들도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남쪽 대피를 통보한 이후 이들은 누세이 라트 난민 캠프로 거처를 옮겼는데, 이곳이 표적이 됐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많은 난민들이 자녀를 위해 팔찌를 만들거나 자녀들의 팔과 다리 등에 이름을 쓰고 있다. 공습으로 시신이 너무 많은 데다, 시신이 훼손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신들은 신원 확인도 하지 못한 채 대규모 매장되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 알리 엘다바는 “폭격으로 알아볼 수 없는 시신들을 봤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파란색 끈을 아들과 딸의 손목에 묶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자녀들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한꺼번에 화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흩어지기로 했다.

공습으로 집을 잃은 난민이 10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대피소에만 60만명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은 “150개 대피소에 60만명이 대피해 있어 수용 능력을 4배 이상 초과했다”며 “사람들은 잘 곳이 없어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료 고갈로 병원 상황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BBC는 가자지구 전역의 병원이 이날 응급실을 제외한 다른 부서를 모두 폐쇄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의사들이 환자 마취도 못 한 채 복도에서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수술하고, 소독제 대신 식초를 사용하는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가자지구 6개 신생아 병동의 미숙아 130명은 전력이 차단돼 인큐베이터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편 하마스가 억류중인 인질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외국 국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220여명의 인질 중 138명이 외국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태국인이 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하마스에 끌려간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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