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벌써 선거용 퍼주기 대결
與, 이장·통장 수당 인상 추진 등
보선 패배에 적극재정 요구 노골화
"예산 증액 가능성 열어둬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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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재정 만능주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우고 있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해 ‘선심성 정책를 배격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계기로 현금 지원 등 선심성 정책에 슬금슬금 시동을 걸고 있다. 집권 여당이 역대급 세수 결손이라는 나라 곳간 사정을 모른 척하고 미래 세대에 뒷감당을 맡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657조 원 규모의 2024년 예산안을 뜯어보며 민생 사업 증액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제도적 지원 확대뿐 아니라 지원금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나랏빚을 갚아나가는 것도 좋지만 ‘민생을 왜 책임지지 않는냐’는 불만이 계속 나온다”며 “통상 정부 예산안은 국회에서 유지 내지 감액되지만 올해는 증액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의 지위를 활용해 퍼주기 정책 대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국민의힘은 전일 이장·통장의 월 기본 수당 인상(월 30만 원→40만 원) 추진을 공식화했다. 여당은 ‘수당의 현실화’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2019년 수당을 10만 원 인상한 뒤 4년 만에 10만원을 인상하는 것을 두고 총선을 겨냥한 ‘퍼주기’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전국의 이장·통장은 9만 9000명에 육박한다. 이밖에도 여당은 지지 기반이 취약한 청년·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세웠고 지역 유지들이 수혜를 받은 지역 문화 조직 관련 예산 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를 계기로 적극적 재정에 대한 요구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국회의원들이 모인 당 연찬회에서 “나라가 거덜 나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는 등 매표 정치를 극도로 경계해왔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재정 건전성이 중요하지만 선거에서 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여당 초선) 등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확고한 기조에 불만이 표면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선거 패배를 계기로 재정 지원이라는 극약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다시금 무르익는 모습이다.
나라 곳간 사정을 외면한 정치권의 요구는 연말로 갈수록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지역민, 이해단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힘든 데다 여야 모두 서로 자신의 이름을 딴 생색 내기용 사업 편성 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권자 환심 사기 경쟁에 ‘역대 최저 증가율(2.8%)’이라는 정부의 긴축 의지가 담긴 내년 예산안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정부 여당이 선심성 예산을 늘리려 하면서도 정작 경제성장에 필요한 미래 산업 연구개발(R&D) 예산은 대거 삭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여당에서도 자성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예산 나눠 먹기식으로 추진된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 감액 기조를 유지하되 바이오 분야 등 국가전략산업의 R&D 예산은 복원·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정부가 여당 예결위원들을 상대로 한 예산안 설명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R&D 예산 감액과 관련해 홍보 방식을 질타하며 4차산업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한 위원은 “R&D 예산은 여론전에서 이미 졌다”며 “바이오 등의 R&D 예산을 증액해 국민적 오해를 거둬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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