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케이엘앤파트너스 대표이사. /케이엘앤파트너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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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버거 프랜차이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토종 버거 업체 맘스터치와 글로벌 브랜드 한국맥도날드의 매각이 공전하고 있어서다. 버거킹은 매각 계획을 철회했고, KFC코리아는 당초 희망했던 가격의 절반만 인정받고 팔렸다.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정작 맘스터치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는 “급할 게 없다”고 한다. 시장 상황에 맞춰 몸값을 과하게 낮출 필요도 없으며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 케이엘앤파트너스 사무실에서 김기현 대표를 만났다. 마침 일본 도쿄 팝업 스토어 개장을 사흘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업계에 잘 알려진 대로 김 대표는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기획재정부 사무관 출신 금융인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상무 등을 거쳐 2015년 케이엘앤파트너스를 설립했다. 2019년 가야산샘물을 동아쏘시오홀딩스에 팔아 3배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듬해엔 맘스터치를 약 2000억원에 인수했다.
-맘스터치 매각을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것으로 안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에 대한 언론 보도도 꽤 있었는데.
“인수하고 싶다며 연락해 오는 곳은 많은데, 지금 시장이 전체적으로 안 좋다 보니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에 괴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급할 게 없다. 지난해 공개 매각을 추진했을 때는 블라인드 펀드가 없었기 때문에 트랙레코드(투자 실적)를 쌓기 위해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올해 초 블라인드 펀드도 결성했다. 굳이 낮은 가격에 무리하게 매각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인수설이 있었던 모 식품 회사의 경우 5000억원을 제안했으나 거절했고, 중앙홀딩스는 인수 의지가 상당히 강했지만, 메가박스 본사 건물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여의찮게 된 것으로 안다. 지금은 해외 재무적 투자자(FI) 쪽과 논의 중인데 아직 너무 초창기라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올해 맘스터치의 실적은.
“4월부터 매달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60억원을 넘고 있다. 보통 9월에는 추석 연휴가 끼어있어 매장이 영업을 안 하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9월 EBITDA도 60억원이 넘었다.”
-EBITDA에 멀티플(배수) 8~10배를 적용한 6000억~7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희망하지 않았나. 일각에선 좀 비싼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는데.
“KFC코리아의 매각가가 멀티플 6배를 기준으로 산정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며 본사에 오히려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KFC나 맥도날드와 달리, 우리는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으며 점포 수도 계속 늘고 있다. 멀티플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현재로선 몸값을 낮춰서 매각하는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해외 진출 현황은 어떤지.
“태국에는 4호점까지, 몽골에는 2호점까지 낸 상태다. 몽골 일 매출이 300만원 정도로, 생각보다 정말 잘 나온다. 울란바토르 시내 중심가 이마트 안에 입점했는데 좌석이 부족해 이마트에서 테이블을 급하게 추가로 구해다 넣었을 정도다.
우리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오너의 지인들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대만 등 해외 매장 라이선스를 받아가 운영했는데, 지금은 마스터 프랜차이즈(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에 가맹 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것) 계약을 제대로 된 기업들과 맺고 있다. 올해 중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현지 업체와도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에 일본 도쿄에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왜 일본을 골랐는지, 또 현지 시장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일본이 사실 퀵 서비스 레스토랑(QSR)이 굉장히 발달한 나라다. 최근 일본에서 케이(K)푸드에 대한 관심이 많으니, 이참에 해외 유명 식품 회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큰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도쿄 시부야에 4층 규모 팝업 매장을 연다. 19일에 또 출국하는데 굉장히 기대된다(팝업스토어는 2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3주간 운영된다).
전체 좌석의 70%에 대해 사전 예약을 받고 나머지는 워크인(walk-in·예약을 하지 않고 방문하는) 고객으로 채울 예정이다. 이미 2주 치 예약이 일주일 만에 모두 마감됐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 방문자는 24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시장성을 테스트하는 한편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업체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으려고 한다. 이번 비즈니스 미팅에 현지 기업 11곳이 참석하기로 했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 관계자들도 방문 예정이다.”
맘스터치의 4층짜리 팝업스토어가 들어선 도쿄 시부야 거리. 팝업스토어는 오는 11월 9일까지 운영된다. /케이엘앤파트너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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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 진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또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나.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우리가 직접 매장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파트너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기 때문에, 관동(간토)와 관서(간사이) 지역 중 어디부터 진출할 지 등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치 설정 모두 계약 이후에 이뤄질 것이다.
매출 목표를 논하긴 아직 이르다. 다만, 현재 해외에서 맘스터치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수수료가 매출액의 4~5%에 달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일본 QSR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의 5배 정도 된다. 내년에 일본에서 좋은 실적을 낸다면 글로벌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전략적 투자자(SI)들도 인수 제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도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부를 만한 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위 ‘A급 상권’에 위치한 대형 매장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 강남역 인근 상권에 3층 규모 매장을 내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태원역, 홍대입구역 대로변, 광화문, 명동에도 출점할 예정이다. 전부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다. 그동안 맘스터치가 비싼 상권에 많이 들어서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A 지역에선 2억5000만원이 있으면 충분히 가맹점을 낼 수 있는데, B 지역에 매장을 열려면 보증금 2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5억원이 있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대부분의 가맹점주들은 5억원을 내고 월 1500만원을 벌기보다는 2억5000만원을 내고 월 1000만원을 버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에 맘스터치 본사가 가맹점주 대신 보증금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보증금은 어차피 회사 자산일 뿐 아니라, 그 돈을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예금 금리보다 훨씬 크다. 예를 들어 가맹점의 월 매출액이 1억5000만원 정도라면, 맘스터치 본사는 7000만~8000만원을 벌 수 있다. EBITDA 마진이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1500만원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가맹점의 리로케이션(relocation·지점을 폐점하고 이전 출점하는 것)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맘스터치가 1호점을 연 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과거엔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대로변 등 좋은 입지에 자리 잡기 힘들었다. 대부분 이면도로나 주택가에 입점했고, 큰길로 나오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다. 실제로 현재 대로변에 있는 점포는 1400개 점포 중 절반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어떤 매장은 10평이 채 안 되기도 한다.
리로케이션 프로젝트는 그래서 시작됐다. 매장을 대로변으로 이끌어내면 가맹점과 본사 모두 매출을 늘리고 윈윈(win-win)할 수 있다. 올해부터 리로케이션을 추진해 3개 점포가 더 좋은 곳에 자리잡았고, 추가로 4개 점포가 현재 공사 중이다. 리로케이션을 하겠다는 가맹점주에게는 우리가 일정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리로케이션의 효과는 어땠는지. 실제로 매출이 좀 늘었나.
“리로케이션을 완료한 세 곳의 매출액이 기존 대비 100~200% 증가했다. 점포가 하나씩 더 생긴 셈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파악한 리로케이션 대상 점포는 500개, 그중 우선순위에 오른 매장은 60개다.”
-경쟁사인 글로벌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할인 쿠폰을 많이 나눠주는데, 맘스터치는 그러지 않는 것 같다.
“할인을 하면 매출액은 무조건 늘어난다. 그러나 이게 계속되면 소비자들은 할인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판매 가격에는 그런 비가역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쿠폰 배포를 그만두는 순간 매출이 바로 떨어지고, 그런 매출 감소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마진 감소를 감내하면서 억지로 할인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균 단가의 인하는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들은 그런 변화를 금방 알기에, 충성 고객이 대거 빠져나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신제품을 출시할 때 이벤트성으로 일시적 할인은 하지만, 상시 할인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런 전략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도 해봤다. 올해 2월 한 달 동안 할인 행사를 일체 중단해 봤다. 그 결과 본사 매출액이 총 2억원 줄었고, 7억~8억원 수준의 마케팅 비용이 절감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3월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그때 깨달은 점은, 마케팅 비용을 습관적인 할인 행사보다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보령바이오파마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배타적 협상권을 얻었다. 왜 인수하려는 건가.
“백신 접종은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다 보니 수요가 꾸준하다. 경기의 영향도 별로 안 받는다. 특히 이 회사에 성인용 백신들이 있는데,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 급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유아용 백신에 비해 고령자용 프리미엄 백신의 단가가 훨씬 높다. 또 인플루엔자 백신 같은 경우는 매년 맞아야 하니 매출도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전체 인수 금액은 회사에 있는 현금을 제외하고 4000억원 정도로 본다. SI와 컨소시엄을 맺고 인수하는데, 우리가 1400억원을 부담한다. 올해 안에 클로징하는 게 목표다. 향후 기업공개(IPO)하는 방향으로 간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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