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모란미술관서 개인전
이석주, '일상'(1991). 181.8x227.3cm. /모란미술관 |
갈기를 휘날리며 질주하는 말, 연기를 내뿜는 기관차, 초점이 흐릿한 시곗바늘...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재들이 같은 화면 속에서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극사실주의 회화 1세대를 대표하는 화가 이석주의 작품 세계를 펼친 ‘이석주’전이 경기도 남양주 모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초기작인 1970~80년대 ‘벽’ ‘일상’ 시리즈부터 신작까지 망라했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은’ 극사실적 회화이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소재의 부조화 때문이다. 책, 시계, 말, 기차, 낙엽 등 그가 즐겨 다루는 소재들은 한 화면에 이질적으로 섞여 있다. 이런 부조화야말로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작품의 본질이다. 카라바조, 베르메르, 앵그르 같은 서구 고전 명화의 이미지도 등장한다. 작가는 “원본에 가깝게 복제된 명화의 이미지들을 낯선 사물과 함께 배치했다”며 “거장의 명화를 재구성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했다.
3대에 걸친 예술가 집안이다. 아버지는 한국 연극계 거목이라 불린 연출가 이해랑, 팝아트 화가 이사라가 그의 딸이다. “청소년기 방황을 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그림을 시작했다”는 그는 “딸의 그림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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