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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가 공포심 안 느꼈어도 반복되면 스토킹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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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경미한 행동이라도 반복해서 피해자의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면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 판례보다 스토킹 범죄 행위를 더 폭넓게 제시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으로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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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09년 12월 아내 B씨와 결혼한 뒤 네 자녀를 기르다가 2017년 11월 이혼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한 달간 6회에 걸쳐 B씨의 집에 찾아가 B씨와 자녀를 기다리거나 현관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지르는 등 접근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3월 B씨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이를 반복 위반해 B씨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1심의 실형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A씨는 2심에서 스토킹 범죄로 기소된 행위 6차례 중 4차례는 B씨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볼 수 없어 이 부분은 스토킹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인 B씨도 “(A씨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오면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고, 그 경우에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2심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면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이를 느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이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 범죄를 구성한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스토킹범죄 성립 요건이 불안감·공포심을 실제로 일으켰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하는 ‘침해범’이 아닌 그런 위험의 야기만으로도 성립되는 ‘위험범’이라는 해석이었다. A씨는 상고했다.

대법원은 A씨의 일부 행동이 객관적·일반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행위는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A씨가 한 행동 중 비교적 경미한 행동도 있었지만, 1개월 안에 스스로 스토킹 범행으로 인정한 행동까지 나아갔다는 점을 지적하며 “누적적·포괄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일련의 행위”라고 했다. 스토킹 행위가 개별적으로는 경미하다 하더라도 반복‧누적될 경우 상대가 느끼는 불안감, 공포심이 비약적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더라도 누적적·포괄적으로 평가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일련의 스토킹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최초의 사안”이라며 “위험범에 관한 선례에 따르면 스토킹범죄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게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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