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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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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폭풍 성장’ 기대했던 퇴직연금 TDF 시장… 10조원대에서 벌써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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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 성장세가 멈췄다. 지난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며 대표 상품인 TD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부진한 증시 여파로 인기가 줄어든 것이다. ‘알아서 운용’하는 TDF 상품은 주식과 채권을 섞어 운용하는데, 특히 주식 비중이 높은 젊은 연령층 가입자의 상품 수익률이 부진하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시대를 맞아 정기예금이나 보험사 상품은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어 이쪽으로 투자자들이 다시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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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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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20개 자산운용사의 9월 말 기준 TDF 수탁고는 9조3060억원으로, 연초(9조1501억원) 이후 1.7%(155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형 운용사의 경우 TDF 수탁고가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이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3조9598억원→3조8488억원), 삼성자산운용(1조7823억원→1조6707억원)은 각각 1100억원 이상이 TDF에서 빠져나갔다.

TDF 성장 정체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유동적으로 조절해 주는 장기 투자 상품이다. TDF 시장 성장세는 2018년 퇴직연금 규제 완화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지난 2017년 6780억원에 불과했던 TDF 수탁고는 지난 2021년 7조원대로 늘며 연평균 60% 성장했다.

특히 2022년 7월 도입된 디폴트옵션 제도로 TDF 시장 성장이 더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 운용 방법을 미리 선택해 놓지 않으면, 퇴직연금이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돼 예·적금 이자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 디폴트옵션인데, 디폴트옵션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금이 늘어나면 대표 상품인 TDF 시장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기대가 많았다. 이에 2021년 7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TDF 시장 규모가 2030년 154조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올해 TDF 시장은 사실상 역성장했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TDF에 누적된 설정액은 2022년 말 23억원에서 올해 9월 말 2574억원으로 늘어났지만, TDF 시장 전체 수탁고는 연초 대비 155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을 통해 가입하는 TDF가 아닌 일반 TDF 상품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유출된 것이다.

최근 TDF 수익률이 낮아지자 다른 퇴직연금 상품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고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구조인 만큼,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에 비해 부진한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정된 모든 TDF의 1년 평균 누적 수익률은 7.31%에 이르지만, 2년 평균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 8.18% 수준이다. TDF가 많이 팔렸던 지난 2021~2022년 사이에 투자한 경우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김정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GOLD&WISE the FIRST) 부센터장은 “TDF의 수익률이 부진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운용해야 하는 퇴직연금을 펀드로 운용하는 데 고객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높아진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펀드보다는 채권이나 원리금보장상품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 환경에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가 높아진 것도 TDF 자금 이탈을 가속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DC/IRP형 원리금보장형 1년 만기 상품의 평균 금리는 4.05%다. 이들 상품은 주로 예·적금, 주가연계채권(ELB),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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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22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현장 안착을 위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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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TDF가 장기 투자용 상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찍이 TDF 시장을 개척해 온 미국에서 TDF의 우수한 운용 성과가 증명된 만큼, 1~2년의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TDF 지수의 올해 9월 말 기준 10년 연 환산 수익률을 보면, 2025년을 은퇴 시점으로 상정한 TDF의 경우 5.56%, 2050년 TDF는 7.60%를 기록하고 있다.

김혜나 키움투자자산운용 마케팅본부 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한국은행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퇴직연금을 분산 투자하는 차원에서 보면 TDF는 여전히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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