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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최초 국민 인정' 개헌, 국민투표서 부결

아시아투데이 이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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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최초 국민 인정' 개헌, 국민투표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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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캔버라 구의회 앞에 있는 원주민 조형물. / AFP 연합뉴스

호주 캔버라 구의회 앞에 있는 원주민 조형물. / AFP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이장원 기자 = 호주에서 원주민을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기구를 세우는 내용의 개헌이 14일(현지시간) 국민투표 결과 약 6대 4의 비율로 부결됐다.

CNN 등에 따르면 호주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민투표에서 헌법 개정에 대해 약 59%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호주가 추진한 원주민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24년 만의 개헌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이번 개헌안은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도서민을 이 나라의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과 관련해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헌법기구 '보이스'를 설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호주인 대다수는 원주민을 호주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최근 개헌을 반대하는 쪽에서 보이스의 법적 권한이나 기능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잘 모를 경우 반대표를 던지라고 시민들을 설득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호주 노동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개헌안에 대한 찬성 지지율은 80%에 달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투표 결과와 관련해 호주가 역사적인 잘못을 인정하고자 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 원주민은 전체 약 2600만 인구 중 4%를 차지하고 있는데, 과거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은 수백 건의 원주민 학살을 저지르며 원주민을 억압했다고 학계는 말하고 있다.

WSJ는 이주민들이 그들의 사회로 원주민들을 편입시키기 위해 원주민 자녀들을 가족에게서 떨어뜨리기도 했으며, 1971년까지 인구 조사에서 원주민들을 제외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개헌 찬성 측은 과거 원주민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의미로 이번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호주 국민을 인종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사회 분열을 빚을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컸다. 또 이들을 대변하는 헌법기구를 만드는 것은 역차별이며, 미국과 캐나다 등과 같이 원주민과 비원주민간 조약을 맺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찬성한 이도 반대한 이도 모두 호주 국민"이라며 이로 인한 분열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가 추진한 개헌이 실패하면서 정치적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8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앨버니지 총리의 지지율은 45%를 기록해 지난해 5월 총리에 오른 뒤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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