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왼쪽)과 박주영 자매. |
(익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언니한테 양보하겠죠", "양보는 절대 못 하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최초 자매 챔피언인 박희영(36)과 박주영(33) 자매는 요즘 전보다 더 서로에게 다정해졌다.
전에는 아무래도 경력이 더 화려한 언니 박희영이 동생 박주영에게 이래라저래라 가르치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언니도 동생한테 배우는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희영은 KLPGA 투어에서 4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렸다.
반면 박주영은 지난 1일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첫 우승을 하기까지 14년 동안 무관이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첫 우승 이후 좋던 샷에 자신감마저 붙어 경기력은 이제 언니를 능가한다.
자연스럽게 박주영도 이제는 언니의 스윙을 봐주고 쇼트게임 훈수까지 두게 됐다.
박희영은 "전에는 동생한테 주로 내가 가르쳤는데 이제는 동생한테 배운다"고 말했다.
둘은 요즘 함께 연습하면 서로 코치 역할을 하느라 하루가 짧다. 둘 다 아기 엄마지만 아직은 육아보다는 골프 얘기가 주된 대화 내용이다.
박희영은 13일 전북 익산시 익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잡아냈다.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순위를 가린다.
타수 합계가 아니라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을 부여하고 보기는 -1점, 더블보기 이상은 -3점이다.
이날 하루에만 12점을 보탠 박희영은 2라운드 합계 15점으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박희영은 "오늘 샷이 잘 됐다. 그린 미스가 두 번뿐이었고 버디 6개가 아쉬운 느낌이 들 만큼 버디 찬스가 많았다"면서 "그동안 쉬면서 샷을 가다듬은 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동생과 우승 경쟁을 하게 되면 동생이 양보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나는 이제 언제 우승할지 모르는데 동생은 앞으로 우승 기회가 많지 않나"라며 웃었다.
이날 버디 6개에 보기 1개를 곁들여 11점을 따내며 언니 박희영을 1점 차로 추격한 박주영은 '우승 경쟁을 벌인다면 언니한테 우승을 양보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양보 안 한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동부건설 후원을 받는 박주영은 "스폰서 대회라서 더 안된다"더니 "스폰서 대회가 아니라도 우승은 양보 못 한다"며 깔깔 웃었다.
박주영은 "원래 내가 승리욕이 강한데 요즘 공이 잘 맞으니까 의욕이 넘친다"면서 "특히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 대회에서 너무 버디 욕심에 덤비는 것 같다. 의욕을 억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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