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수도권 민심 확인… 자성 목소리
주류·비주류없이 ‘당정 기조변화’ 요구
“일개 구청장 선거” 확대 해석 경계도
비대위 전환보다 혁신위 구성에 무게
지도부 “미래특위 출범 총선체제 돌입”
非尹 “한마디로 尹의 패배… 책임져야”
선거 다음 날인 12일 당내에서는 보선 원인의 장본인이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굳이 공천하고, 대선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려 당력을 집중하고도 패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났는데 책임 없이 쇄신안만 내놔서는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동의하겠냐”면서 “김기현 대표가 직을 내려놔야 한다. 당에서 책임을 안 지면 결국 용산(대통령실)으로 간다”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도 “이번 선거 전략이 실패했으니 지도부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실과 당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민심과는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착잡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굳은 얼굴로 참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해 “그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며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최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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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선에서 드러났듯 실제 여권을 향한 수도권 민심은 싸늘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 지원론은 43%, 정권 견제론은 46%로 조사됐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지원론이 41%, 인천·경기에서는 40%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고 견제론은 각각 48%, 49%로 높았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역시 전국 평균보다 수도권이 낮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번 보선이 기초단체장 선거이고, 강서구 지역 특성상 야권세가 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보다는 지도부 일부 개편이나 혁신위원회 구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YTN라디오에서 “(이번 보선을) 수도권 총선 전략을 다시 고민해 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지도부 책임론보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일개 구청장 선거를 가지고 책임을 물을 문제는 아니다”라며 “민심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변화나 혁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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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는 혁신위와 유사한 미래혁신특위를 출범하고 총선 체제를 앞당기는 등 쇄신안을 통해 패배 후유증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내일(13일) 발표할 혁신안을 고민하고 있다. 내일 긴급최고위를 여는 건 지도부가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실에서도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기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이르면 다음 주 영입 인재 5명을 발표하고, 이후 인재영입위원장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무감사를 거쳐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큰 폭 교체하는 쇄신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비윤(비윤석열)계는 윤 대통령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한마디로 윤 대통령의 패배다.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앞으로 총선까지 남은 선택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총선에 지더라도 윤 대통령 1인 독재 정당, 사당으로 계속 가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철저하게 반성하고 당에 대해 가했던 통제, 용산과 여당 사이 수직적 당정 관계를 포기하겠다고 하면 총선 승리 가망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거쳐 쌓아 올린 자산이 완벽하게 리셋됐다”며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고 적었다.
유지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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