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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바람 잘 날 없는 유가… 정유사 웃고 주유소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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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다시 치솟고 있다. 정유사들은 유가 상승기에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이 상승해 실적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기름값이 높아지면 주유소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줄어 주유소 업계는 타격을 받는다.

9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분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4.34% 상승한 배럴(Bbl)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브렌트유 12월분 선물은 4.22% 오른 Bbl당 88.1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유가는 이날 거래 재개 이후 0.3~0.4%가량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아진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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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석유 시추 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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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지난달 말까지 계속 상승했다. 지난달 28일 두바이유는 Bbl당 96.75달러를 기록했고, 지난달 27일 브렌트유와 WTI유는 각각 Bbl당 96.55달러, 93.68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오래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는 이달 들어서만 10달러 넘게 내렸다.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는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다시 상승 반전했다. 분쟁이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를 직접 수출하는 국가는 아니지만, 만약 분쟁이 중동 지역으로 번지면 글로벌 원유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유가가 Bbl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유가 상승기는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낮은 가격에 구매한 원유를 정제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며 상반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정유사들은 일반적으로 Bbl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올해 2분기에 Bbl당 평균 4.03달러 수준이었던 정제마진은 지난 8~9월 유가가 오르며 13~14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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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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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업계는 수요 위축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각각 787만Bbl, 1225만Bbl로 전월 대비 각각 6.14%, 16.7% 감소했다.

통상 7~8월 휴가철에는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늘어난다. 작년에는 8월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각각 852만Bbl, 1596만Bbl로 전월 대비 1%, 19% 상승했다. 올해는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가로 소비가 줄면서 주유소 업계의 가격 경쟁도 심화한 상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최근 1790원대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주 한때 1700원을 돌파한 경유 가격은 여전히 1690원대에 머물러 있다. 주유 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평균 판매 마진율은 5~6% 수준이지만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 각종 세금 등을 떼면 실제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영업이익률은 1%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문을 닫는 주유소도 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1069곳으로, 지난해보다 85곳 줄었다. 6년 전인 2017년(1만2007곳)과 비교하면 948곳이 줄었다. 매년 평균 150여곳이 폐업한 셈이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유가가 높은 시기에는 주유소 간 가격 경쟁이 심해진다. 높아진 금리에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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