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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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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오일쇼크' 공포…유가 끌어올릴 세 가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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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충돌 격화

WTI 하루만에 4% 넘게 뛰어

'산유국' 이란, 하마스 배후설

美, 이란 제재땐 석유공급 감소

유가 100달러 돌파 우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따라 중동발(發) 오일쇼크 공포가 시장에 닥쳤다. 지난주만 해도 7% 넘게 떨어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하루만에 4% 넘게 뛰면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도래했던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다시 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태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 견주며 끔찍한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이 공격의 배후로 거론되는 이란을 공격하거나, 미국이 이란을 제재할 경우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루만에 4% 급등…중동 정세 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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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4.34% 뛴 배럴당 86.3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일 이후 최고치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4% 이상 올라 배럴당 88.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무력 충돌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는 아니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하마스 공격을 배후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가가 치솟았다. 이스라엘이 배후를 직접 공격하거나, 미국이 나설 경우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압박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글로벌 리서치·분석 담당 매니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의 원유 생산량은 제로(0)"라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이란이 이번 공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보도에 유가가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먼웰스뱅크의 비벡 다하르 에너지 상품 담당은 "서방 국가들이 이란 정보기관을 하마스의 공격과 연관시킨다면 이란의 석유 수출은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 사흘째인 이날도 중동 정세에 불안감이 증폭되는 등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을 예고했고, 하마스도 민간인 포로를 처형하겠다는 위협으로 맞섰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하루에 이렇게 많은 유대인이 살해된 적은 없다"며 하마스를 규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에 "어렵고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피의 보복을 예고했다. 그는 "중동을 바꾸겠다"며 "이제 막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미국도 항공모함과 전함을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하는 등 이스라엘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지속 공격하면서 가자지구 민간인 주택 폭격을 지속할 경우 보복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포로를 처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양측의 사망자는 전쟁 사흘째인 이날 최소 1487명, 부상자는 최소 6326명을 넘어섰다.

유가 배럴당 100달러 넘나…세 가지 변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유가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향후 유가 움직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이스라엘의 이란 직접 공격과 같은 중동 지역 확전 가능성과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 여부 등이 꼽힌다. 시장의 우려가 현실로 이뤄지는 경우의 수다.

에드 모드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메모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하마스의 공격이 유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모건스탠리는 "이스라엘이나 인근 국가 모두 주요 산유국이 아니라 원유 공급과 관련한 단기 위험은 제한적이나, 분쟁이 다른 나라로 확산할 경우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유가가 배럴당 최대 10달러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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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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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배후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미국이 이란에 대한 석유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시장에 공급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에너지·원자재 칼럼니스트인 하비에르 블라스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더욱 엄격한 제재를 가하면 이란의 석유 생산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잠재적으로는 그 이상까지 오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300만 배럴을 넘어섰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20년엔 미국의 제재로 일일 원유 판매량이 40만배럴까지 급감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원유 수출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되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가 이번 사태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유가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씨티그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사우디가 시행 중인 하루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 결정을 종료할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 등 추가적인 확전을 경계하며 사우디가 팔레스타인편에 설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날 사우디 현지매체인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이날 빈살만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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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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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과거 중동 전쟁시 유가가 급등한 사례를 지켜보며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 금융회사인 중신선물에 따르면 1990년 걸프전 당시 유가는 240% 치솟았다. 2003년 이라크전과 2011년 리비아 반정부 시위 당시에는 각각 45%, 40% 유가가 뛰었다.

다만 중동 국가들이 확전 자제를 촉구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과거와 같은 오일쇼크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집트와 튀르키예는 각각 양측의 중재를 자처하거나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은 "팔레스타인의 정당방위"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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