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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불붙는 고유가, 韓경제 회복 제동…비용 인플레 다시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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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전쟁, 요동치는 세계경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또 다시 3高 위기

가처분소득 줄며 내수 침체하고…에너지 수입액 늘어나 무역수지 악영향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지난해 내내 우리나라 경제를 짓눌러온 인플레이션 상황이 재연될 위기다. 원인도 유가로 같다. 당시엔 우크라이나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이번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터졌다. 환율 측면에서 보면 안전 자산인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 수입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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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서민 입장에선 가처분 소득 감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늘어난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소비 위축이 일부 불가피하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수입액이 증가하면 무역수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경기의 ‘상저하고(하반기 반등)’는 커녕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위기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

10일 정부와 경제전문 기관들에 따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터지면서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지만, 주변에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산유국들이 있고, 주요 해운 항로인 수에즈만도 인근에 있다.

실제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59달러(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주도하는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수요는 긴축 등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대외변수에 좌지우지 되는 비용 요인를 조정하긴 어렵다. 정부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때 주춤했던 고유가 물가압력이 최근 다시 높아지는 상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9월 석유류 물가는 전월 대비 4.0% 올랐다. 8월에도 8.1% 상승했다. 국제 유가가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지금까지 물가 안정에 기여한 주된 요인이었던 석유류 가격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9월 석유류값 하락 폭은 4.9%에 불과하다. 지난 7월 -25.9%, 8월 -11.0%에 이어 한 자릿수로 석유류값 하락세가 둔화한 것이다. 이에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7월 -1.49%포인트에서 8월 -0.57%포인트, 9월 -0.25%포인트로 둔화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물가는 8월(3.4%) 보다도 0.3%포인트 높은 3.7%를 기록했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와 관련 “석유류 기여도 차이가 약 0.3%포인트 가량 난다”며 “이번에 커진 물가 상승세 대부분이 그 때문이고, 사실상 석유류 하락폭 둔화가 원인 전부라고 보셔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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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하반기 회복에 기대를 걸었던 우리경제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사진은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경유 가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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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도 변수다. 일단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쟁이 터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것이다.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이 역시 수입 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

다만, 외환시장은 일단 숨을 고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장보다 1.5원 낮은 1348.4원으로 개장한 뒤, 134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에너지 수입액 등의 표시가격이 뛰면서 흑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지난달 수입액은 전년보다 16.5% 감소했다. 국제 에너지가 하락으로 가스(-63.1%), 석탄(-36.9%)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36.3%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이 흑자 요인이 사라진다.

국민 입장에서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 당장 가처분 소득이 더 줄어들게 된다. 지갑을 닫게 되고, 외식업계 등을 중심으로 경기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없으니 이자비용 부담도 늘어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소상공인은 부채를 크게 늘렸다. 이자비용 상승과 내수 침체를 함께 겪게 된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향후 사태 전개 등과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관계기관 공조하에 신속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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