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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자고 나면 뛰는 재료비…자영업자들 또 가격인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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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일 통계청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중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4.9%였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정창배 씨가 재료비 인상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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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대방동에서 20년째 빵집을 운영하는 정창배(50)씨는 최근 재료비와 인건비가 지속해서 상승하자 고민에 빠졌다. 설탕·버터·우유·밀가루 등 주요 재료비가 일제히 올랐지만, 빵값을 인상하기 쉽지 않아서다. 정씨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설탕·버터 등의 가격이 급등하더니 지금은 두 배가 됐다”며 “전체 매출에서 재료비 비중이 30~35%에서 40%로 늘어난 탓에 마진율이 지금은 10%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재료비·인건비 등 여러 요인으로 크루아상·모카크림빵 등 몇 가지 품목의 가격을 10% 정도 올린 바 있다. 정씨는 “빵값을 올리면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 한두 달은 매출이 떨어진다”며 “그래도 또다시 크림빵 가격을 200~300원 올려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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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 정세 불안과 이상 기후 등으로 식재료 가격,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지갑이 닫힐까 하는 우려에 가격 인상도 쉽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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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설탕가격지수는 162.7로 올해 1월(116.8)과 비교해 39.3% 상승했다. 2010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설탕과 함께 빵의 주재료로 쓰이는 우유 가격도 이번 달부터 3~6% 올랐다. 낙농진흥회가 우유의 재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을 L당 996원에서 1084원으로 88원(8.8%) 인상한 데 따른 연쇄 상승이다.

과일·채소·해산물 등의 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다.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16년째 해산물집을 하는 임동욱(54)씨는 “단맛을 내려고 해물 라면 전골이나 해물 무침에 배추를 많이 넣는데 작년과 비교해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랐다”며 “계절적으로 보면 값이 내릴 시기인데 안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추는 가격 변동 폭이 큰 품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매가 기준 올해 1월 평균 2952원에서 이달 6974원으로 올랐다. 이날 도매가(10㎏ 망 상급) 기준 1만3811원으로 1년 전(10월 10일) 1만3110원에서 5.3%가량 상승했다.

임씨는 “인건비와 기름값이 오른 탓인지 독도·울진 등지에서 공수하는 새우·골뱅이 같은 해산물 가격도 크게 뛰었다”며 “가격은 최대한 고수하고, 양을 조금 줄이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계속 원가 부담이 커지면 인상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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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주류 가격 인상 역시 자영업자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오비맥주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오는 11일부터 카스·한맥 등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구체적 인상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상승 요인은 분명히 있다는 입장이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주류 출고가 인상 시 판매가를 1000원씩 올리지만 이미 ‘소맥(소주+맥주) 1만원’을 넘겨 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구모(34)씨는 “소주 5000원, 맥주 5500원에 팔고 있는데 또 술값을 올리면 손님들이 너무 자주 올린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다만 물가가 계속 오르면 눈치껏 가격표를 바꿔야 할 듯하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가격 인상과 관련해 이날 “최종 판매자는 죽어난다” “물가가 다 올라 버티면 오히려 바보 소리 들을 지경” 등 관련 글이 다수 올라왔다.

최은경·최선을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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