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이란 배후설에 시장 불안
한국, 미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높아 ‘촉각’
유가 급등 땐 물가 상승 가능성도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대비 석유·가스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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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전쟁에 돌입하면서 국제유가가 약 4% 급등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지가 아니지만 주요 산유국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해석이 뒤따르면서 시장 불안을 키웠기 때문이다. 전쟁이 더 확산한다면 전세계 물가는 다시 오르고, 성장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등 대외변수에 크게 취약해진 상태인데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뉴욕상업거래소 전자거래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9% 상승한 배럴당 86.06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89달러를 찍기도 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세계 경제가 침체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에 이달 들어 10달러 이상 내렸는데, 전쟁 발생 뒤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어서 양측의 충돌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팔레스타인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원유시장이 출렁였다.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을 상대로 미국이 제재를 강화할 경우 현재 배럴당 80달러대인 국제 유가가 치솟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현물 금은 이날 온스당 1852.63달러로 전날보다 1.1% 상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4.72%에서 4.80%로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는 국내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우려가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2.3%까지 떨어졌다가 국제유가 상승으로 지난달 3.7%로 재차 높아진 상태다. 한은은 연말까지 3% 수준의 물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전쟁 변수에 최근 원·달러 환율도 불안한 상황이어서 전망치를 웃도는 물가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중동 불안이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로 등장할 경우 한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도 위축이 불가피하다.
정부도 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 도입,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오일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60% 수준으로 일본(91.8%), 인도(60.9%)에 이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석유공사, 가스공사와 함께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전쟁과 관련해 국내 원유·가스 도입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분쟁 지역이 원유·가스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과 떨어져 있어서 국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 또는 선적 중인 유조선 및 LNG 운반선도 모두 정상 운항 중이라고 산업부는 밝혔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중동의 정세가 우리의 에너지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며 “향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국내 수급 차질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유관기관, 업계가 합동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당국도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관계기관 공조하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국제 유가 변동 폭이 확대됐지만, 사태 초기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사태 전개 등과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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