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인상됐던 전기요금이 3분기(7∼9월)에는 동결됐다. 한국전력은 21일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가 현재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상가밀집지역 외벽에 전력량계량기의 모습. 2023.6.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한 가운데 물가 '암초'를 만났다. 채권 발행과 단기차입 등 '빚내서'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달했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지만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정부·여당은 가계 지출 부담으로 직결되는 물가 상승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2024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반년 앞둔 정치 달력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과 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대비 3.7% 상승했다. 8월 물가상승률 3.4%에 이어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물가가 상승했다. 이 가운데 전기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20.3% 오르며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은 2022년 4월 전력량요금과 기후환경요금 등 ㎾h(킬로와트시)당 6.9원이 오른 것을 시작으로 이후 5차례에 걸쳐 총 40.4원, 39.6% 인상됐다. 지난달 전기요금 물가가 오른 역시 지난해 10월 이후 전기요금 인상분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전력공기업인 한전의 적자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전이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력구입비가 대폭 증가했다. 2020년 기준 45조6000억원이었던 전력구입비는 지난해 92조8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40% 가까이 소비자 요금을 올렸다곤 하나 전기요금 동결기간 동안 쌓인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역부족인 데다 전력 구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를 해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전의 올해 7월 누계 기준 전력판매단가는 ㎾h당 146원인데 반해 구입단가는 153.8원으로 여전히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전 측은 설비투자와 운영비,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종합할 때 실질적인 역마진 해소를 위해선 판매단가가 구입단가보다 ㎾h당 22원가량 높아야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4일 세종에서 진행한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약속대로 전기요금을 인상했다면 ㎾h당 45.3원을 올려야하지만 인상분이 그에 못 미친다"며 "기준연료비(전력량요금)라도 25.9원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5원으로 상한선을 유지 중이고 올해 기준연료비가 1분기 11.4원, 2분기 8원 오른 점을 고려하면 필요인상분과의 차액인 25.9원이 올라야 원가 반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한전은 이르면 이달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에 요청하는 한편 전기요금 인상 설득을 위한 추가 자구대책은 2~3주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도 한계에 달한 한전의 재무상황과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쉽게 인상을 결정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겨울철은 난방수요로 인한 전기 등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 탓이다. 국제 유가도 배럴당 80~90달러 선을 오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자칫 10월 이후 둔화될 것으로 기대하던 소비자물가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
최근 여당을 포함해 정치권이 민생물가 관리에 깊이 개입하는 상황과 앞으로 반년 뒤로 다가온 총선 일정 역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여당은 지난 2분기 전기요금 결정과정에서도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했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지출 증가가 정부·여당에 대한 총선 민심 악화로 이어질 것을 경계해 전기요금 인상 반대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달전에 비해 천연가스가격이 50%가까이 올랐고 천연가스 가격 영향이 두세달 뒤에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올겨울 SMP(계통한계가격, 한전이 전력을 사들이는 일종의 도매가)는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며 "한전의 추가 적자를 막고 겨울을 넘기기 위해서라도 20~30원가량 요금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총선이 있고 물가 인상이 부담스러워 전기요금을 못 올린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싼 전기를 많이 써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며 "원가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게 자유로워야할 전기요금에 정치가 개입하면 왜곡이 발생하고 결국 국민피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