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나비는 진돗개를 닮았고, 몸무게는 20㎏을 훌쩍 넘습니다, 언뜻 용맹하고 늠름해 보이지만, 사냥은 언감생심, 집도 지키지 못합니다. 어떤 명견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스스로를 희생했다 하던데, 얘는 덩치만 크고 겁이 많아 사람이 모시고 다니며 항상 지켜줘야 합니다. 그저 예쁜 것이 사명이고, 예쁨받는 것이 본분입니다. 사냥개나 경찰견처럼 가혹한 훈련을 거듭하고 성과로 평가받는 개들의 입장에선 우리 나비를 볼 때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올해는 난생처음, 텃밭에 이것저것 심어 보았는데, 고추를 키워보니 사람 마음이 참으로 잔망스럽더군요. 다른 꽃들은 그저 피어 준 것만으로 고맙고, 색과 향기를 즐기게 되는 것에 반해, 고추만은 유독 꽃을 살필 틈이 없었습니다. 어서 빨리 시들어 열매를 맺고, 튼실하게 여물기만을 재촉하며 기다렸습니다. 고추 꽃은 하얗고, 다섯 개의 꽃잎이 별사탕처럼 한껏 벌어집니다. 그 청초함이 여느 꽃에 뒤지지 않습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 잘못입니다. 열매를 재촉하느라 꽃의 예쁨을 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고추 꽃 입장에서는 예쁘기만 해도 되는 꽃들을 볼 때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존재만으로 사랑받아 마땅합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 탓에 바가지만 긁히는 아저씨는 그 언젠가 옆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세상 든든한 남자였습니다. 어느덧 그를 구박하는 아내가 돼버린 그녀 또한 그 언젠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손을 잡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고맙기만 하던 사람 아니었나요? 기대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집안의 자랑이 되지 못한 누군가도, 근사한 직업을 갖지 못해 부모의 자랑이 되지 못한 누구 또한 그 언젠가엔,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감사를 받고, 걸음마 한 번에는 박수와 갈채, 미소 한 번으로는 온 세상을 밝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기대하고 기다리다 끝내 재촉하는 사람의 마음이 문제입니다. 열매를 기다리지 않고 꽃을 보는 마음이기에, 제 눈엔 우리 나비가 세상에서 가장 예쁩니다. 꿩을 잡아오라, 멧돼지는 왜 못 잡아, 재촉해댄다면 제 마음은 얼마나 가난하고, 나비는 또 얼마나 힘들까요? 고추가 ‘주렁주렁’보다는 고추 꽃이 ‘초롱초롱’. 별처럼 수놓인 여름밤의 한 장면이 더 산뜻하고 더 예쁘다 깨달은 것은 올해 농사의 큰 수확입니다.
올해는 난생처음, 텃밭에 이것저것 심어 보았는데, 고추를 키워보니 사람 마음이 참으로 잔망스럽더군요. 다른 꽃들은 그저 피어 준 것만으로 고맙고, 색과 향기를 즐기게 되는 것에 반해, 고추만은 유독 꽃을 살필 틈이 없었습니다. 어서 빨리 시들어 열매를 맺고, 튼실하게 여물기만을 재촉하며 기다렸습니다. 고추 꽃은 하얗고, 다섯 개의 꽃잎이 별사탕처럼 한껏 벌어집니다. 그 청초함이 여느 꽃에 뒤지지 않습니다. 역시 사람의 마음이 잘못입니다. 열매를 재촉하느라 꽃의 예쁨을 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고추 꽃 입장에서는 예쁘기만 해도 되는 꽃들을 볼 때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존재만으로 사랑받아 마땅합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 탓에 바가지만 긁히는 아저씨는 그 언젠가 옆에서 걷는 것만으로도 세상 든든한 남자였습니다. 어느덧 그를 구박하는 아내가 돼버린 그녀 또한 그 언젠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손을 잡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고맙기만 하던 사람 아니었나요? 기대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집안의 자랑이 되지 못한 누군가도, 근사한 직업을 갖지 못해 부모의 자랑이 되지 못한 누구 또한 그 언젠가엔,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감사를 받고, 걸음마 한 번에는 박수와 갈채, 미소 한 번으로는 온 세상을 밝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기대하고 기다리다 끝내 재촉하는 사람의 마음이 문제입니다. 열매를 기다리지 않고 꽃을 보는 마음이기에, 제 눈엔 우리 나비가 세상에서 가장 예쁩니다. 꿩을 잡아오라, 멧돼지는 왜 못 잡아, 재촉해댄다면 제 마음은 얼마나 가난하고, 나비는 또 얼마나 힘들까요? 고추가 ‘주렁주렁’보다는 고추 꽃이 ‘초롱초롱’. 별처럼 수놓인 여름밤의 한 장면이 더 산뜻하고 더 예쁘다 깨달은 것은 올해 농사의 큰 수확입니다.
최근 결혼을 준비하는 예쁜 두 사람이 주례를 부탁해 왔습니다. 소양의 부족함은 말할 것도 없겠고, 무엇보다 제 외모가 누군가의 잔칫날엔 썩 어울리지 않기에 손사래를 쳤습니다. 주제넘지만, 문득 제 농사의 결실을 조금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어 몇자 적어봅니다. 부디 서로의 꽃 같은 시절을 오래도록 즐겨 주기를 기원합니다. 누군가 꽃을 보는 마음으로 날 바라봐 주는 시간이 나의 꽃 같은 시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길 부탁합니다. 말이 꽃 같은 시절이라 하여, 내내 행복하고 달콤하기만 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요. 다만 힘든 날에는 내가 먼저 영글고 여물어져 무거운 것은 내가 다 짊어진다 해도 그 덕분에 당신은 꽃 같은 시절에 조금이라도 더 길게 머물러 달라, 그렇게 서로에게 바라 주길 부탁합니다. 섣불리 기대하고 기다리다 못내 재촉하면, 그 시절은 끝나 버림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꽃다운 시절임을 되새겨 주기를 부탁합니다. 그저 바라 볼 수만 있어도 좋은 사람입니다.
김재윤 수의사·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대표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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