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
일본 엔화도 요동…엔/달러 환율, 150엔 찍었다 147엔 급락하기도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재차 경신하며 1360원대로 튀어 올랐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혼돈이 외환시장까지 덮친 모습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49.3원)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10일(1377.5원) 이후 종가 기준 약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360원대로 오른 것 역시 11개월여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7원 오른 136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1350원대 후반~136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마감 시간 무렵 상승폭을 키우더니 연고점을 새로 쓰며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추석 연휴 기간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는 사그라들었지만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더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노동부가 3일(현지시간)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촉매제가 됐다. JOLTS에 따르면 미국 8월 구인건수는 961만명으로 시장 예상치(881만5000명)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연준의 연내 추가 인상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재료로 해석되며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시장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간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한때 4.81%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달러화 가치도 급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107.3선을 돌파했다.
'긴축 발작'에 따른 국내 증시 하락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강달러 흐름은 연말 미국 경기 변화에 의한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소화하기 전까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원화의 쏠림현상 속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 상향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 등 국내외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추석 연휴 기간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한은은 최근 미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 부총재는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 가격변수,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4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2465.07)보다 59.38포인트(2.41%) 하락한 2405.69에 장을 닫았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41.02)보다 33.62포인트(4.00%) 내린 807.40에 거래를 종료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49.3원)보다 14.2원 뛴 1363.5원에 마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2023.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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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본 엔화는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150엔대'까지 떨어졌다가 바로 140엔대로 돌아오는 등 요동치고 있다. 이를 두고선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했다는 추정과 차익 실현 물량이 기계적으로 한번에 흘러나왔다는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국시간 3일 밤 11시쯤 150엔대로 떨어졌다. 잠시 뒤인 오후 11시12분쯤 갑자기 엔화가치가 3엔 가까이 급등하며 엔/달러 환율이 147.3엔까지 낮아졌다. 이후 공방을 거듭하다 149엔대로 올랐고 이 수준이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시장에선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다만 칸다 마사토 재무관은 4일 일본 정부 개입 유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통화정책 입안자들이 정부의 환율 방어 개입을 명확히 밝히는 것을 거부하며 투자자들이 추측하도록 하는 전략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시장 일각에선 차익 실현 물량이 일시에 몰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환율 개입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150엔을 돌파하자 달러를 엔화로 팔아 이익을 확정하려는 움직임이 대거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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