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4일 서울 강서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성동훈 기자 |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4일 여야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지도부가 총력 지원하던 기존 태세에서 한발 물러서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력을 총동원해 이번 선거를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여당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야당은 ‘정권 심판’의 명분을 각각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하지 않았다. 전날만 해도 “강서구청장 선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며 국회 기자간담회까지 취소하고 유세했다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6차례 지원 유세를 해왔다. 앞서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에 안철수·권영세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한 바 있다. 매머드급 선대위 구성으로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하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가 수도권과 총선 민심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하나인 선거”라면서 “서울은 특별시이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장인 구청장은 권한이 굉장히 작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강서구가 아니고 강남구에서 보궐선거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며 “만약에 국민의힘이 이겼다면 그것을 수도권 민심, 총선 민심으로 받아들이겠나”라고 반문했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이번 선거의 판을 키우려 하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강서구의 진교훈 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번 선거는 강서구에 국한된 선거가 아니라 퇴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윤석열 정부 심판의 민심도 강서에 결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보궐선거를 초래한 김 후보를 사면 복권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도 거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된 범죄자를 고작 몇 달 만에 사면 복권해 귀책 사유가 있는 사람을, 귀책 사유가 있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로 냈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김태우인가, 아니면 사실상 윤 대통령인가”라고 말했다.
두 정당의 상반된 태도에는 이번 선거에 대한 전망이 각각 반영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고 본다. 김 후보의 귀책으로 생긴 보궐선거에 김 후보를 다시 출마시킨 터라 명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김 후보가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28일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은 애교로 봐달라”는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인 것도 국민의힘엔 악재다. 김 후보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각각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보유하고도 정작 강서구에는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는 점도 부담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패배 시 책임은 “당을 대표하는 사람(김기현 대표)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뒤늦게 ‘졌지만 잘 싸웠다’는 명분 축적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김 후보자 공천을 자충수로 본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그 기세를 몰아 내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여긴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명 대표에게는 이번 선거 승리가 자신의 거취 논란을 잠재울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이긴다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냐’는 당내 불안감도 한동안 잠잠해질 수 있다.
단식 후유증으로 입원 중인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랑스러운 동지 여러분의 애국심과 애당심을 믿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짧은 영상을 올리며 몸을 풀고 있다. 오는 6~7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진 후보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이 대표가 이번 주말에 당무에 복귀해 진 후보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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