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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논란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총선 前 '박수현 출판회' 지원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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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총선 예비후보 박수현 회장 출판회 '지원 정황'
서울서 공주까지 버스 운영, 식사 제공 공지...사적 이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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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1월 리무진 버스를 빌려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국위 회장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버스 전면에는 'UN HABITAT'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왼쪽 하단에는 'UN'과 'HABITAT'라는 단어가 부착돼 있다.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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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철영·김정수·설상미 기자] '유엔 사칭 논란'에 휘말린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21대 총선 과정에서 공익법인으로서의 설립 취지와 목적을 스스로 부정하고 당시 예비 후보로 나선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국위 회장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한 의혹 정황이 드러났다.

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위는 2020년 1월 4일 박수현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울에서 충청남도 공주까지 리무진 버스 두 대를 운영하고 약 70여명의 참가자들에게 점심과 저녁 식사를 제공한 정황이 담긴 사진과 문자메시지가 확인됐다. 당시 박 회장은 4월에 실시될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낸 더불어민주당의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 국회의원 예비후보자였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사무처 산하에 등록된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위가 공익법인으로서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나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개인 행사를 지원한 의혹을 사는 부분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당시 한국위 회장을 맡고 있던 박 전 수석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익법인을 마치 사조직처럼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출판기념회 참석 관련 비용을 한국위가 부담한 것으로 확인되면 회계 부정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위의 운영 자금 대부분은 기업 등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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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2020년 1월 4일에 참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리무진 버스를 운영하고 식사를 제공한다는 한국위의 문자메시지.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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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 버스 전면에 'UN-HABITAT'...총선 예비후보자 출판기념회장으로

한국위는 실제로 리무진 버스 2대를 빌려 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약 70여명의 임직원들이 2020년 1월 11일 오전 한국위 사무실(여의도)에 모여 2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충청남도 공주시 백제체육관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장에 도착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한국위는 일정 중간에 점심 식사가 있을 것이고, 출판기념회 종료 후에는 한국위 관계자가 운영하는 곳을 방문한 후 저녁 식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사진을 살펴보면 리무진 버스 1대가 휴게소로 보이는 장소에 주차돼 있고, 버스 전면 전광판에는 'UN HABITAT'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버스 전면 유리창 왼쪽 하단에도 흐릿하지만 'UN'과 'HABITAT'라는 단어가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버스가 정차한 곳은 출판기념회 후 서울로 올라오는 길의 한 휴게소다.

당시 박 전 수석은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였다. 일반적으로 선거를 앞둔 후보자의 출판기념회는 지지층 결집이나 세 과시 등을 위한 선거운동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장에는 지역구 주민과 현직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최소 5000명이 모인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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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 정관에 적시된 설립목적. 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 지원에 따라 한국위 스스로 설립 취지와 목적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태경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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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가 공익법인으로서의 설립 취지와 목적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더팩트>가 확보한 한국위의 설립 취지서와 정관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한국위는 '더 나은 도시의 미래와 모두를 위한 도시의 비전 성취를 목적으로 국내외 사업 및 활동을 발굴 지원하고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도시와 지역의 공동 번영 향상 △도시-지역 연계를 통한 지역사회 공간 불평등 및 빈곤 해소 △청년들의 사회적 역할 및 일자리 확대 등이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는 이와 무관하다.

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 참석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무진 버스 대절 비용과 점심, 저녁 식사비를 한국위가 부담했다면 회계 부정 논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해당 비용은 공익 목적 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한국위 운영 자금 대부분이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이기 때문이다. 한국위가 공시한 회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수입 21억1063만 원 중 기부금품이 13억9887만 원(66.27%)이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기부금품 비중이 각각 63.29%, 88.5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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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수석은 2020년 1월 11일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당시 한국위 회장이었다. 박 전 수석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국위를 개인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진은 박 전 수석이 한국위 회장이었을 때 'UN International Youth Day' 행사에 참여한 모습.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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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위 회장은 박수현...음식물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 저촉 가능성

박 전 수석은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당시 한국위 회장이었다.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위가 리무진 버스를 대절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 전 수석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한국위를 개인적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될 수 있다.

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 과정에서 한국위가 공지한 대로 참가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면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에 따르면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사람에게 차, 커피 등 음료(주류 제외)를 제공하는 행위는 '의례적 행위'로 기부 행위로 보지 않는다. 다만 음식물의 경우는 다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별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고 전후 사정 등을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통상적인 범위 내에 차, 커피 음료 등은 가능하지만 음식물은 기부 행위로 봐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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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한국위의 활동과 박 전 수석의 정치적 행보가 맞닿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한국위는 2022년 '공공의도시'와 '꿈나무메타스쿨' 사업에 모두 6억7000만원을 썼다. 해당 사업은 박 전 수석의 지역구로 통하는 충남 공주시에서 이뤄졌다. /2022 한국위 공익법인 결산서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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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한국위의 그간 활동이 박 전 수석의 정치적 행보와 맞닿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한국위의 결산서류 공시에 따르면 한국위는 2022년 '공공의도시'와 '꿈나무메타스쿨'에 각각 3억2000만 원과 3억5000만 원을 투입했다. 눈길이 가는 건 두 사업이 충남 공주시, 부여군, 보령시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은 박 전 수석의 지역구로 통한다. 앞서 박 전 수석은 19대 총선에서 충남 공주시에 출마해 당선됐고, 20대와 21대 총선에서도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 내리 출마했다. 박 전 수석은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위 관계자는 <더팩트>에 '한국위가 박 전 수석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해 리무진 버스를 대절한 사실이 있는지' '참석자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제공했는지' '비용은 한국위에서 부담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이 없다"며 "회계자료를 찾아보면 알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위가 공시한 2020년 결산서류에 출판기념회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더팩트>는 박 전 수석과 통화가 되지 않아 '한국위가 출판기념회를 위해 리무진 버스를 빌린 것을 기억하는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익법인의 출판기념회 지원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문자로 남겼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치권 안팎에선 한국위와 박 전 수석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에 "공익법인을 정치활동에 동원하거나 관계자를 출판기념회에 참가시키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회비도 없이 버스를 빌리고 식사를 대접했다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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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는 오는 4일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로부터 법인 취소 여부와 관련된 청문 절차를 밟는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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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 오는 4일 법인 취소 청문 절차...기한 내 시정조치 안 지켜

한편 <더팩트>는 지난 7월 한국위가 국제기구 UN(유엔) 또는 그 산하 유엔해비타트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단독] 文 축하 '유엔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 한국 탄생', 알고 보니 '거짓'). 보도 이후 한국위는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한국위 협업 기관 등은 협약을 종료하거나 후원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프로필에 한국위 이력을 삭제하기도 했다([단독 그 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지워지는 흔적들).

지난 8월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유엔해비타트 본부의 공식 답변서를 공개하며 한국위가 유엔 산하기구를 사칭해 44억 원의 기부금을 거뒀다고 주장했다([단독 그 후] 與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유엔 산하 사칭 44억 모금").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유엔해비타트 본부로부터 받은 답변서에는 '유엔해비타트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정부단체를 지지하거나 승인하지 않고, (한국위에) 로고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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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전 수석(가운데)은 지난해 2월 23일 현직이었을 당시 한국위 관계자, 모 건설회사 계열사 사장 등을 청와대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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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더팩트>는 지난 6일 박 전 수석이 현직이었을 당시 한국위 관계자와 모 건설회사 계열사 사장 등을 청와대에서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한국위는 해당 기업들에게 협력을 제안했고, 박 수석은 한국위 설립 배경 등을 설명했으며 참석자 가운데 한 기업은 실제로 4억4000만 원을 기부했다([단독] 'UN 비인가 단체' 기업 협찬, 박수현 靑 '부적절 만남' 있었다).

한국위는 4일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로부터 법인 취소 여부와 관련된 청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단독] 논란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기본 협약 '불이행'...법인 취소 '직면'). 국회사무처는 한국위가 2019년 9월 법인 등록 이후 지금까지 유엔해비타트 본부와 기본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시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국위는 이행 최종 시한을 넘겼고 국회사무처는 법인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cuba20@tf.co.kr

js8814@tf.co.kr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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