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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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3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겠다던 입장을 바꿔 청문회에 불참하기로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청문회 일정 단독 의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참석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의사 일정 강행’으로 인사청문회 초점을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청문회 참석 여부에 대한 질문에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거나 (단독 일정 의결) 재발 방지 약속을 하면 그땐 우리가 다시 생각을 좀 해보겠지만 그렇지 않는 한 정상적인 청문회는 어렵다”며 “청문회에 우리 당의 참여 여부를 떠나 (현재 상태에서) 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청문회라는 것은 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 언제인지는 미세한 서로 의견 차이일 뿐이고 서로 계속 대화하면 답을 찾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나”라며 “그걸 그렇게 단독으로 처리하면 그건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도리나 배려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나 대통령실과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이것이) 후보자나 대통령실하고 얘기해서 결정한 사안은 아니지 않나”라며 “누구한테 지침을 받아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같이 일방적이고 위법적으로 의결된 청문회에는 결코 임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는 “청문회는 물론 해야 된다”며 “청문회라는 게 국민께서 (후보자에 대해) 아시라고 하는 거니까 여당 의원으로서 책무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정 의원은 이날 “지난 9월27일 민주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를 일방적으로 의결했다”며 “청문회 일정을 합의하지 못했고 증인 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청문회) 날짜를 바꾸며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본심을 드러내 논의 한번 거치지 않은 증인을 일방통행으로 의결하고 비난의 화살을 국민의힘에 떠넘겼다”며 민주당을 규탄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이 ‘전에는 청문회에 그래도 참석하겠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꾼 이유가 뭔가’라고 묻자 “(국민의힘이) 참석한다고 입장 밝혔다는 건 알지 못하는 사항”이라며 “청문회를 이렇게 일정도 단독 의결하고 증인도 단독 의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를 굳이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있다. 그래서 여가위 차원에서는 정상적 청문회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여가위는 지난달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5일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인사청문요청안,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요구의 건, 인사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의 건을 채택했다. 긴급하게 소집된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과 야당 간사 신현영 민주당 의원, 김한규·이원택·양경숙·장경태·한준호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가위 의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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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청문회 불참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오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청문회를 통해 증폭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2013년 소셜뉴스(위키트리 운영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는 과정에서 ‘주식 파킹’을 했다는 의혹 및 이와 관련된 거짓 해명 의혹, 2013~2019년 위키트리 경영 관여 의혹, 배임·일감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2012년 위키트리 방송에서 “낙태(임신중지)가 금지된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남자들이 필리핀 여자를 취하고 도망쳐도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다 낳는다”면서 “너무 가난하거나 강간을 당해 임신을 원치 않을 경우에도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tolerance·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어떻게든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결과 ‘적절하다’ 24.0%, ‘부적절하다’ 53.1%로 나타났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는 적절 34.2%, 부적절 46.6%,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절 30.6%, 부적절 48.3%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후보자 방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청문회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해당 상임위 간사한테 단독으로라도 처리하라고 했다”며 “김 후보자는 매우 부적격한 사람인데 문제 있는 사람이다 보니 아예 청문회를 열지 않으려고 하는 게 여당 생각인 거 같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열면 얼마나 여가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한지 다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여가위 야당 간사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이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후보자 방어가 도저히 어렵다고 판단해 청문회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각종 의혹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던 김행 후보자의 태도도 궁금해진다. 민주당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정 합의 과정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증인 채택 논의를 ‘논의조차 할 수 없는 협상 불가 내용’이라고 밝혀 원천 봉쇄했다”며 “5일 인사청문회 일정은 국민의힘이 원하던 날짜다. 우리 당은 6일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결국 우리가 5일 개최로 양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오는 5일 국회에서 열린다. 여야 간 갈등 속에 청문회가 개최되더라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간 내에도 채택되지 않으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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