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선수단 응원석 앞뒤로 나란히 앉아 차분히 응원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 |
(항저우=연합뉴스) 이상현 안홍석 기자 = 2일 저녁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복식 결승전이 열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
남북이 아시안게임 탁구 결승전에서 33년 만에 만난 가운데 경기장은 일찍부터 달아올랐다.
남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구기 종목 결승에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데다, 이 경기에 이어 중국 선수들끼리 붙는 남자 단식 결승전도 있어 객석은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찼다.
선수단 응원석에는 한국과 북한 선수단이 각각 7∼8명씩 자리해 동료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다른 종목에서는 최근의 껄끄러운 남북관계 탓인지 응원석의 양 선수단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지만, 이번에는 한정된 응원석 때문인지 앞뒤 줄에 밀착해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취재를 위해 경기장을 찾은 각국 취재진도 양국 선수들의 이름과 과거 경기 기록 등을 뒤져보며 남북 대결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오후 7시 30분 이윽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긴장 속에 시합이 시작됐다.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선수들의 집중을 방해하면 안되는 탁구 종목의 특성상 경기 내내 계속되는 구호나 응원가는 없었지만, 양 팀 선수들이 한 점씩 낼 때마다 경기장은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국 팬들은 '혈맹' 북한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보여주듯 북한 선수들이 점수를 낼 때면 우렁찬 환호와 함께 '자여우'(加油·힘내라)를 입을 맞춰 외쳤다. 북한 선수들이 실수하면 "아이야~"하는 탄성도 크게 들렸다.
이에 질세라 관중석 곳곳에 포진한 한국 응원단도 태극기를 흔들며 박자에 맞춰 "화이팅", "힘내라",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쳤다.
중국어로 북한을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한국 응원단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한민국", "신유빈·전지희"를 외쳤고, 이에 맞서 중국 관객들이 다시 북한을 응원하는 '응원 대결' 양상이 빚어졌다.
이번 대회 북한의 주요 시합마다 경기장을 구호로 가득 채우곤 했던 대규모 북한 '여성 응원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결승 진출이 다소 예상 밖이었던데다, 중국 내 탁구 인기로 인해 입장권을 때맞춰 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1·2세트를 빼앗겼던 북한이 3세트를 접전 끝에 가져갔을 때 관중석은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한국이 4세트를 따내고, 5세트도 리드를 가져가자 북한을 응원하는 소리는 차츰 작아졌다.
아시안게임 탁구에서 남과 북이 결승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1990년 베이징 대회 남자 단체전 이후 33년 만이다. 당시에도 한국이 북한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환상의 호흡' |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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