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7월7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과 관련한 소명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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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기준 당원권 정지 징계 해제 100일을 앞뒀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8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자신의 성비위 의혹 관련 증거인멸교사 건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윤리위는 지난해 10월7일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향해 ‘양두구육’ 등 용어를 사용한 것 등을 사유로 당원권 정지 기간을 1년 더 늘렸다.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8일 당원권을 회복한다.
이 전 대표 징계가 해제되는 시점은 22대 총선이 치러지는 내년 4월10일로부터 석 달 전이다. 총선에 출마할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11일과 3일 차이다. 각 당은 이 무렵부터 공식적인 공천 실무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술적으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총선에 출마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가 세 차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서울 노원병의 당협위원장 자리를 이 전 대표 징계 이후에도 다른 사람으로 채우지 않고 공석으로 남겨뒀다.
그런데 문제가 간단하지만은 않다. 이 전 대표는 현재까지 노원병에서 네 번째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보수정당에서 유일한 30대 당 대표를 지낸 그이지만, 총선에서 연거푸 네 차례나 떨어지는 것은 치명적이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들에 의해 당 대표직에서 축출된 이후 대중 영향력과 관심이 축소되는 경험을 해봤다. 이번에도 원외에 머물게 될 경우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날 거란 전망이 여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노원은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이 전 대표에게 반감이 큰 국민의힘 일부 인사 중에는 “굳이 이 전 대표에게 노원병 공천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역설적인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 전 대표가 노원에서 낙선해 정치권에서 저절로 사라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다.
노원병에서 낙선이 유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전 대표가 노원을 떠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연일 강하게 비판한다는 의심도 한다. ‘해당행위’를 이유로 자신에게 공천을 주지 않으면, 이를 명분 삼아 새로운 행보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오월 주먹밥’ 나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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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말들을 남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천으로) 장난칠 낌새가 명확하면 신당 창당, 무소속 출마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찾아 “윤핵관을 보면 열 받아서 보수 확장보다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 대구에 가서 정정당당히 겨뤄보자고 한다면 가장 나쁜 분을 골라서 붙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는 경북 경산시 대구대 강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 계획은 내가 나고 자랐던 노원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다만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속단할 수가 없다. 혹시라도 장난을 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가능성도 닫아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전 대표의 무소속·대구 출마설, 신당 창당설 등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 발언들은 ‘공천장난’에 당하지 않기 위한, 선제적 방어기제에 가깝다. 다만 경우에 따라 ‘설’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수해골프’ 논란으로 당원권 10개월 정지 징계 중인 홍준표 대구시장과 최근 동병상련한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치맥을 함께 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인은 민심 하나만 바라보고 가면 가장 믿을 구석이 있다는 삶의 궤적을 보여주셨다”고, 홍 시장은 “우리 당 대표를 하면서 정권교체 선봉장을 했던 사람을 저렇게 홀대하는 게 맞나 싶다”고 서로를 추켜올렸다. 이때 이후로도 이 전 대표는 TK(대구·경북)를 수시로 찾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보수정당 지지세가 높은 TK에서 입지를 회복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신당을 하려면 지역 기반이 있어야 한다. 보수 진영에서 뭐라도 하려면 TK에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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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뛰쳐나와 독자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 ‘개혁보수파’가 거대 양당 간 정쟁에 지친 중도·수도권·청년 등 사이에서 지지세를 확대할 경우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다수 당선자를 바꿀 만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당 주류를 비판하는 이 전 대표를 무시하는 전략을 현재 취하고 있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 전 대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전 대표는 총선을 향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3·8 전당대회에 한 팀으로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과 함께 지난 7월20일 유튜브 채널 <여의도 재건축 조합>을 개설했다. 다양한 정책을 다루는 이 채널은 현재 7만 명 가까운 구독자를 모으며 순항 중이다. 수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언론에 나타나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쪽에서는 다음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시 이 전 대표에 대한 정치권 주목도가 다시 높아질 거란 기대감도 감지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만약 이번에 큰 격차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지게 된다면 총선을 이기기 위해 (여당)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정운영 기조에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통령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움직이면 강서구청장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평론가처럼 지적만 할 게 아니라 당에 기여하는 게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비위 관련 검찰 수사도 이 전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이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은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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