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우리가 알아야 할 전기요금]②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인상됐던 전기요금이 3분기(7∼9월)에는 동결됐다. 한국전력은 21일 올해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요금)가 현재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2023.6.21/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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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하루 70여억원의 이자를 충당해야 하는 기업이 있다. 200조원을 넘긴 부채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전력. 이런 상황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다.
3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 100달러를 바라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100달러를 넘어섰던 점을 고려하면 빠른 오름세로 전기요금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한전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다시 시작된다는 의미다.
한전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9개월 동안 단 한 차례(2022년 6월)를 제외하고는 매월 역마진을 기록했다. 1㎾h(킬로와트시)당 역마진 폭(판매단가-구입단가)은 2022년 9월 최대 -70.75원을 기록했다.
현재 한전의 누적적자 규모는 47조원으로 사채 발행까지 합하면 201조원을 넘어섰다.
그나마 올해 4월부터 7월까지는 역마진 구조를 탈피했다. 평균 판매단가는 1㎾h 당 △4월 136.23원 △5월 138.83원 △6월 160.98원 △7월 165.75원으로 평균 구입단가 △4월 127.75원 △5월 129.15원 △6월 125.85원 △7월 145.70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8월 이후다.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탓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달러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 지난주 평균 가격은 배럴당 94.4달러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초 7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7월 80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오름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OPEC+의 감산 조치에 따른 영향이다. 8월 OPEC 오일 리포트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의 총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4분기 하루당 2910만배럴에서 계속 감소해 올해 5월 2808만배럴, 7월 2731만배럴을 기록했다. 특히 가장 많은 잉여생산력을 가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량을 지난해 4분기 1062만배럴에서 올해 7월 901만배럴로 100만배럴 이상 대폭 감축하며 전체 감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은 최근 "석유 감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유가가 1배럴에 120달러 까지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례없는 위기에 한전의 수장을 맡은 김동철 사장은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이 선제적으로 위기에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연료가격 폭등과 탈원전 등으로 상승한 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며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사장은 '제2의 창사'를 각오로 통렬한 내부 반성과 사업 구조 재편도 준비중이다. 그는 "정말 뼈아픈 소리지만, 그동안 한전이 공기업이라는 보호막, 정부보증이라는 안전판, 독점 사업자라는 우월적 지위에 안주해온 것은 아니냐"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서 전기요금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중장기적으로 총수익의 30% 이상을 국내 전력판매 이외의 분야에서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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