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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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은 더이상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힘이 세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음에도 ‘슈퍼 달러’가 다시 위세를 떨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긴축 발작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10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달러에 견준 원화 가치는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엔화, 위안화 약세까지 맞물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4분기 달러당 139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8원 오른 달러당 1349.3원에 마감했다. 전날보다 상승폭은 적었지만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3일 1351.8원에 마감한 이후 약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오른 달러당 1355.0원에 개장해 단번에 전날 기록했던 장중 연고점(1349.5원)을 경신한 뒤 1356.0원까지 빠르게 고점을 높였으나, 이후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중국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면서 1340원대 후반까지 내려와 거래를 마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영향이 크다.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밝히고,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까지 예상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긴축 가능성에 신흥국의 통화, 채권, 주시가격이 급락하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 통화들과 비교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6일(현지시간) 106.17로, 전장보다 0.21% 상승해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유로화는 유로당 1.0567달러로 약 6개월만에 최저 가치를 보였고, 엔화도 심리적 저항선으로 분류되는 달러당 150엔 선에 근접해 가파르게 약세를 보였다.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고 나선 것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 끈적이는 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경기는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긴축 기조를 길게 끌고 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다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압력이 굳어져 연준이 금리를 2회 이상 올려야 할 확률이 4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26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 중 한때 4.56%를 기록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연준이 현재 연 5.25~5.50%인 기준금리를 7%까지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과 연준이 정책금리를 7%까지 높이는 상황을 대비하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특히 금리가 5%에서 7%로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고통은 금리가 3%에서 5%로 상승하며 발생하는 고통보다 더욱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러화 강세가 유지되고,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여파로 한국의 경기 회복세에도 의구심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전환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시장에서 나온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늦어질 것으로 보이고,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계감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 전환도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면서 “4분기 달러당 1290~1390원 사이에서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천의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달러 강세에 따른 주요국의 환율 흐름과 큰 틀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듯 싶다”면서도 “특별한 요인 없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거나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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