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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고 버텨”···노조 모자까지 쓰고 파업시위 동참한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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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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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현대사를 통틀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노조 파업 시위에 직접 동참했다. 노조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채 확성기를 들고 파업을 지지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와 가까운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를 방문, 포드·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12일차 파업 현장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벨빌에 위치한 GM 물류 센터 부근의 시위 현장에서 ‘UAW’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착용한 채 ‘피켓라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피켓라인은 노동쟁의 때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고 파업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대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곳에서 확성기를 들고 “당신들은 (금융위기 때인) 2008년과 그 이전에 자동차 산업을 살렸다”며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가 잃은 것을 되찾자”고 격려했다.

앞서 UAW는 포드와 스텔란티스, GM과의 단체임금협상이 시한을 넘김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미시간, 오하이오, 미주리에 위치한 3개 공장에서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UAW는 향후 4년간 임금 최소 4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업체 측은 비용 증가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최대 20%의 인상안을 고수했다. UAW는 지난 22일 GM과 스텔란티스의 38개 물류 센터에 소속된 조합원들도 추가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선 UAW의 파업 장기화가 임박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더불어 미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현직 대통령이 파업 시위에 동참해 노동자들의 파업 지속을 독려한 것은 경제적인 파장까지 감내하며 기업들을 압박한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심지어 노조를 향해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진행 중인 파업 현장을 방문해 시위에 동참한 전례는 미국사에서 찾기 어렵다는 것이 대통령사와 노동사 연구자들의 설명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에 들어 현직 미국 대통령이 노조의 피켓라인에 동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현대 들어 가장 노조 친화적인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의회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에 따라 노조 파업 현장을 찾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통령 차원에선 노사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AP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열렬한 ‘친노조’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 재임)와 33대 해리 트루먼(1945∼1953년 재임) 임기 때도 이같은 행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1901∼1909년 재임) 전 대통령이 1902년 ‘석탄 파업’ 때 탄광 운영자들과 함께 노조 지도자들을 이례적으로 백악관에 초청한 적은 있었으나, 이는 분쟁 해결을 위해 노조를 포용한 사례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인 것은 공화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권 경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에서 일부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미국 3대 자동차업체 노동자 15만명이 가입한 UAW는 지난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는 아직 지지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파업 현장 방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시간주 방문에 하루 앞서 이뤄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집회에서 연설하며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계획이다. 정치적 ‘숙적’ 관계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UAW를 상대로 구애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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