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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업 속도’ 올리고, 공공 ‘물량 충원’… 주택공급 활성화 팔 걷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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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사업 속도’ 올리고, 공공 ‘물량 충원’… 주택공급 활성화 팔 걷은 정부

서울맑음 / -3.9 °
3기 신도시 3만·신규택지 2만가구 추가
85㎡ 기준 분양가 2500만원 인하 효과
‘패스트트랙’ 총동원… 공급 절차 간소화
PF 대출 보증 한도 50 → 70%로 확대

원희룡 “수요자 뛰어들게할 목적 아냐
가격 직접 자극할만한 정책 검토 안 해”

非아파트도 사업 여건 개선
전세사기 여파 수요 상당수 아파트行
다세대 주택 등 공급 위축세 심각 판단
건설자금 최저 연리 3.5% 한시 지원

전문가 “사업성 핵심인데 민간 물량 미미
국회 논의도 시간 걸려 체감 제한적일 것”
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은 민간 대기 물량의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고, 공공 물량을 일부 충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공 중심으로 대규모 물량을 쏟아붓는 과거 부동산 대책과 달리 주택사업을 방해하던 걸림돌을 걷어내 민간의 주택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청사에서 열린 공급대책 관련 브리핑에서 “경기부양이나 이를 통해 수요자들이 세금이나 금융 혜택으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도록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라며 “가격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특히 수요를 진작하는 정책은 이번에 아예 검토 대상 자체에서 뺐다”고 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오른쪽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는 주택공급을 견인하기 위해 5만5000가구의 공공주택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현재 3기 신도시 5곳이 17만6000가구 규모로 계획돼 있는데, 쾌적한 주거환경이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토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3만가구를 더 공급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물량이 공급되면서 조성 원가가 줄어 전용면적 85㎡ 기준 분양가가 약 2500만원 내려가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신규 택지 물량도 기존 6만5000가구에서 8만5000가구로 2만가구 늘려 잡았다.

민간 부문에선 인허가 이후 착공에 이르지 못하거나 중도에 멈춘 사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사업 여건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는 사업 추진이 가능한 주택 사업자에게 공공택지가 공급될 수 있도록 아파트 등을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용지 전매제한을 완화한다. 토지를 분양받은 업체가 계약 2년이 지났다면 최초 공급가 이하로 다른 사업자에게 용지를 넘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자금력과 사업 추진 의지가 있는 시행사와 시공사는 알짜 공공택지를 매입해 주택공급에 나설 수 있다. 기존 분양사업을 임대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공공지원 민간임대 공모는 연 1만가구에서 2만가구로 확대한다. 또 원자재 상승에 따른 공사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활용한 공사비 조정을 지원하고, 민간 참여 공공사업의 공사비 증액 관련 기준도 정비한다.

정부와 금융권은 21조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 투입해 막힌 돈줄을 뚫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15조원이던 공적보증기관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 규모를 25조원으로 늘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10조원, 주택금융공사(주금공) 5조원이었는데 이를 각각 15조원, 10조원으로 늘린다.



PF 대출 보증의 대출한도를 전체사업비의 50%에서 70%로 늘려 사업자의 추가 자금 확보를 지원하며, PF 보증 심사기준을 완화해 보증대상 사업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은 민관 합동 사업장에 적극적인 금융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PF 조정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한도를 늘리는 방식으로 금융지원에 나선다. 현재 P-CBO 잔여재원 4조2000억원에 추가로 3조원을 더 늘리기로 했다.

PF 정상화 펀드도 확대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한·국민·NH·우리 등 민간투자자가 일대일 매칭으로 참여하는 ‘캠코펀드’는 1조1000억원 규모로 이달 중에 조성을 완료하며, 금융권 자체적으로 1조원 규모의 별도 펀드를 조성해 PF 사업 재구조화가 필요한 사업장을 자체 선별·지원한다. 하나·우리·NH·기업은행 등이 6000억원을, 저축은행과 여신업권이 4000억원을 조성한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2억4000만원 연립·오피스텔 보유자 생애 최초 아파트 특공 청약 가능

정부가 연립·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건설 자금을 지원하고, 청약 혜택을 확대한다. 최근 주택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단시간에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를 활용해 서민·중산층의 주거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는 비아파트 건설자금을 주택도시기금에서 1년간 한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가구당 7500만원을 최저 연 3.5% 금리로 대출해 준다. 비아파트를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건설·활용하는 경우 주택도시기금 지원 대출 한도를 최대 1억4000만원(기존 1억2000만원)으로 확대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때 건설공제조합이 비아파트 사업장도 보증할 수 있도록 해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이번 부동산 대책이 공급 중심으로 짜여졌음에도 비아파트 분야에서는 수요가 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핀셋 대책이 포함됐다.

60㎡ 이하 소형주택 보유자는 청약 때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 공시가 기준을 수도권은 1억3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 지방은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한다. 시세로 치면 평균 2억4000만원 이하의 도시형생활주택(원룸, 연립·다세대 주택, 오피스텔 등)을 구입하더라도 신규 아파트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대상에 도심 내 공유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형 기숙사를 포함하기로 했다. 특정 학교·기업 소속 학생과 직원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임대형 기숙사 건설 때는 취득세·종부세·양도세를 감면하고 기금 출자·융자, PF 보증 등을 지원한다.

상업지역, 준주거지역 역세권(500m 내)에 건설되는 면적 60㎡ 이하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서는 공유 차량 활용 때 주차장 확보 기준을 완화해 준다. 지금은 가구당 0.6대를 확보해야 하지만, 주차공간의 20% 이상을 공유차량 전용공간으로 확보할 경우 가구당 0.4대로 완화한다.

정부가 비아파트 건설 지원에 나선 것은 아파트에 비해 다세대, 연립, 오피스텔 등의 공급 위축세가 심각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아파트 인허가는 전년 동기 대비 36.6% 감소했지만 비아파트는 49.7% 줄었다. 전세사기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비아파트에 대한 수요 상당수가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비아파트 매매·전세시장이 동반 침체기에 접어들자 신규 공급도 감소한 결과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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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확대 의지 긍정적… 민간 참여 활성화엔 한계”

정부가 26일 민간의 주택사업 여건을 개선하고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주택업계와 전문가들은 대책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인허가, 착공 감소에 맞서 선제적으로 공급대책을 제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민간에서 공급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시장 청약 양극화와 물가 상승,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냉각에 따른 주택공급 위축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공급 의지 표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주택 등 부동산 공급시장의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하면 연내 즉각적으로 수요자가 주택 공급 확대를 체감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금처럼 여러 규제 요인을 미리 조정해 두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지만, 민간사업의 핵심이 사업성인 만큼 지금까지 미착공한 택지가 이제 와서 착공을 서두를 이유가 적고, 그런 사례가 있다 해도 물량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대책 중 단기 효과를 낼 수 있는 공급 내용은 3기 신도시에서의 추가 물량 확보와 공공사업 절차 단축, 민간 대상 금융 지원 정책인데, 국회 논의가 필요한 부분도 많아 다소 긴 호흡에서 공급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에서 공급 계획이 실효성 있게 작용하려면 공급 신호가 믿음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준·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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