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영장 기각 시 역풍 맞을 가능성…구속 시 민주당 새 리더십 등 경계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3.09.26./사지=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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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놓인 가운데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여당 입장에서 내년 총선 결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다수의 공식 논평을 통해 공정한 법원의 판단을 촉구하며 사실상 이 대표가 구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겁박을 통해 받아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탄원서 또한 영장 기각사유가 될 수 없다"며 "제1야당의 대표라는 지위가 영장 기각사유가 된다면 사법부 스스로 특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법과 양심에 따라 영장실질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오늘은 이재명 대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부의 명운이 걸린 날"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08.15.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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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늦게 또는 자정을 넘긴 27일 새벽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2년째 이어온 검찰의 수사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여당도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400차례가 넘는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기존 주장 되풀이하며 검찰과 정부여당에 총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비판에 힘을 쏟은 여당은 자칫 수세에 몰릴 수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과 친명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며 국회에서 여야 협치가 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 역시 국민의힘에 마냥 유리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구속되면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의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비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등 리더십 교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을 계기로 개혁과 쇄신에 성공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친명계가 순순히 후퇴하지 않고 '옥중 공천'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이 대표를 지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3.09.26.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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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영장이 기각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으로 좋을 게 없지만 이재명 리스크가 살아있단 측면에서 내년 총선을 감안할 때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죄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차기 당대표를 뽑지 않고 야권의 대선주자급으로 비대위 스크럼을 짜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은데 국민의힘이 맞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우리 당 지도부가 이 대표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 새 리더십이 세워지면 우리 당도 비대위 체제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6.06.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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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가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되면 여론이 야당에 대한 동정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제1 야당이 정말로 구속되면 국민들이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자칫 정치탄압,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이 대표와 관련해 국민 여론이 5대 5로 갈려 대치하고 있는데 구속된다고 지지자들의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며 "당장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결집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내년 총선의 프레임이 '윤석열 정권 중간평가, 심판'에서 '제1 야당 심판'으로 바뀌며 여당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회의 정상화를 위해 이 대표가 구속돼야 한다는 의견도 여권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우리가 총선을 이재명 리스크에 기대서 치르려고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다. 실력으로서 국민들에게 평가받아야 한다"며 "여야간 협치와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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