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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탐사선 캡슐, 소행성 흙 한컵 담고 귀환... 생명기원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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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탐사선 캡슐, 7년 만의 귀환

조선일보

24일(현지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이 유타주의 국방부 시험훈련장에 내려앉은 소행성 시료 캡슐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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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州) 솔트레이크시티 인근 사막에 타원형 캡슐이 내려앉았다. 겉면이 검게 그을린 채 주황색 낙하산과 함께 사막으로 떨어진 이 캡슐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하늘 위에서 떨어뜨린 것이다. 2016년 9월 지구를 떠났던 탐사선이 지구에서 1억3000만㎞ 떨어진 소행성 ‘베누(Bennu)’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해 돌려보낸다는 임무를 지구 출발 7년 만에 완수하는 순간이었다.

NASA는 24일 오전 10시 52분(현지 시각) ‘오시리스-렉스’가 베누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 약 250g을 담은 캡슐이 성공적으로 지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탐사선은 지구 상공 10만2000㎞ 지점에서 캡슐을 분리시켰고, 대기권에 진입한 뒤 낙하산을 펼친 캡슐은 시속 18㎞의 속도로 무사히 땅에 내렸다. 일본의 탐사선 하야부사(’매’라는 뜻)와 하야부사2가 소행성 이토카와(2010년)와 류구(2020년)에서 시료를 가져온 데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미국이 소행성 시료를 확보한 것이다. 앞서 일본이 채취한 2개 소행성 시료는 1g 이하와 5.4g에 그친 반면, 이번 소행성 시료는 250g에 달한다. AP는 “하야부사2가 가져온 시료가 티스푼 하나 정도라면 오시리스-렉스의 캡슐은 한 컵 정도를 갖고 귀환했다”고 했다.

소행성 시료 분석은 지구 생명의 기원과 행성 생성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에 사용된다. 앞서 일본이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시료 분석에서는 20여 종의 아미노산이 발견됐다.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이 확인되면서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은 유기물과 물의 기원이 소행성으로부터 유래했다는 가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NASA는 25일부터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 본격적인 시료 분석 작업에 들어가고, 다음 달 14일 첫 분석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NASA와 미 언론은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시료를 지구로 돌려보낸 과정이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하나씩 넘고 달성한 기나긴 여정이었다는 점에 열광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첫 시도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행성 시료 채취를 신청한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최하위 등급을 받고 탈락했다. 3년 후 다시 신청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또 떨어졌다. NASA는 일본의 소행선 탐사선이 지구로 귀환한 한 해 뒤인 2011년에야 드디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젝트를 처음 고안한 마이클 드레이크 애리조나대 교수는 프로젝트 선정 5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5년에 걸쳐 완성한 탐사선은 2016년 지구를 떠났고 2018년 12월에 베누의 궤도에 진입했다. 하지만 베누는 예측을 완전히 벗어나는 ‘험지’ 그 자체였다. 10층 건물 높이의 흙기둥이 곳곳에 솟아있고 표면 곳곳에 거대한 바위들이 흩어져 탐사선이 접근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탐사선은 2년을 어디 내릴지 탐색하며 보냈다. 마침내 소행성 북부 지점에 적당해 보이는 장소를 찾아 접근한 오시리스-렉스는 약 10초간 수집 장치를 지표에 대는 ‘터치다운’ 방식으로 간신히 시료를 채취했다.

이 순간에도 위기는 있었다. NASA는 베누 지표면의 모습만 보고 강한 암석이라고 예상했지만, 착륙 순간 지면이 푹 꺼지더니 지름 8m짜리 거대한 분화구가 생기고 흙먼지가 솟구쳤다. 이번엔 캡슐 안으로 흙먼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는 바람에 뚜껑이 닫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소금통에서 소금이 쏟아지듯이 시료가 흘러나와 탐사선을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연구팀은 모든 귀환 계획을 멈추고 뚜껑을 닫아 그나마 남은 시료를 보전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고 했다. 이 작업에 6개월이 걸렸다. 그제야 오시리스-렉스는 베누를 떠나 지구로 향했고 2년간 우주를 가른 끝에 24일 지구에 내렸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NASA가 우리의 영감을 깨우고,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하고, 우리가 닿지 못할 곳은 없음을 믿게 하는 위대한 일을 한다는 점을 오시리스-렉스가 보여주었다”고 했다. NASA는 소행성 시료의 25%만 연구에 쓰고 나머지 75%는 ‘지금은 우리에게 없는 새로운 기술을 손에 넣을’ 미래의 과학자들을 위해 남겨놓기로 했다. 오시리스-렉스는 시료를 지구에 떨어뜨린 후 지구 궤도를 다시 벗어나 추가적인 소행선 탐사에 이미 착수했다. 이 탐사선의 복잡한 이름은 기원(Origins), 분광 해석(Spectral Interpretation), 자원 식별(Resource Identification), 안보(Security), 표토 탐사(Regolith Explorer) 등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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