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권고를 단식 중단의 주요한 이유로 설명했지만 오는 26일로 예정된 법원의 구속 영장 실질 심사 일정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현재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계속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의료진과 협의해 법원 출석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24일 단식은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 대표의 최장기 단식 기록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23일 단식보다 하루가 길다. 김 전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이었던 1983년 5월 18일 가택 연금 상태로 전두환 정권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단식 8일 차에 강제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의사 진료와 음식을 거부하며 단식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에 녹색병원에 입원했다.
이 대표가 김 전 대통령의 단식 기록은 경신했지만 그 명분과 효과, 평가는 상반된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은 국내외적 반향과 민주화 진영 결집을 끌어냈고, 전두환 정권의 통치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여당 사무총장이 직접 김 전 대통령 병실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의 단식은 시작 때부터 분명한 ‘중단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당내에서도 “단식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방탄 단식’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고, 이 대표가 단식 도중 체포동의안 부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이런 비판을 키웠다. 정부·여당에서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 중단을 요청한 인사는 없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인사는 통화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는 당연히 단식 중단을 요청할 수 있지만, 정치인 그것도 제1당 대표의 명분 없는 단식에 찾아가 거꾸로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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