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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공모전 당선작가에 불리한 불공정계약 ‘갑질’…카카오엔터에 과징금 5억4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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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공모전 당선작 계약을 체결하면서 당선 작가들의 웹툰·드라마 등 2차 콘텐츠 제작·이용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에게 5억4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경쟁당국은 카카오엔터가 자신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작가들이 기회를 얻기 힘든 이른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 계약을 체결했고, 당선 작가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2차 콘텐츠를 제작할 기회가 봉쇄됐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산업감시과장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당선작가들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계약 체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4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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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당선 작가들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불공정 계약을 체결한 행위(거래상지위 남용행위 중 불이익 제공)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해서 공정위가 제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8~2020년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추미스) 소설 공모전 등 5개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일부 공모전 요강에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을 넣었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란 원저작물을 각색·변형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이용할 권리를 말한다. 이후 카카오엔터는 5개 공모전의 당선작가 28명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자신들이 갖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부여 계약’을 체결했다. 보통 공모전 주최 측이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갖는 조건으로 계약하는데, 카카오엔터는 한발 더 나아가 독점 제작권을 확보한 것이다. 또 일부 당선 작가와는 해외 현지화 작품의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해 다른 사업자보다 우선해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 조건을 설정하면서 당선 작가들이 2차적 저작물을 언제 누구와 제작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또 카카오엔터가 웹툰 등을 제작하지 않는 경우 작가들이 2차적 저작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제3자가 제작하도록 허락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작가가 제작사를 직접 섭외해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경우, 온전히 원작자인 작가에게 귀속될 수 있는 수익을 카카오엔터와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28개 당선작에 총 210개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카카오엔터에 부여됐는데, 지난해 11월까지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은 16개(11개 당선작)에 불과했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웹소설 시장 자체가 카카오엔터와 네이버가 양분하고 있는 시장이고 공모전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인작가나 무명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세상에 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다”면서 “너무나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사적 계약이고 동의했으니 괜찮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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