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중 수출 감소폭 4위…'中시장 의존'탓 수출전선 한계
3년 연속 'OECD 평균 이하' 저성장 가시권…'상저하고' 전망 위태
중국 경기 부진과 맞물려 수출이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는 데다, 고금리와 고유가라는 대외 악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4분기 문턱에 이른 시점에서도 '상저하고'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1%대 초중반으로 예상되는 저성장세가 일시적인 부진이라기보다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책당국이 전방위적으로 수출회복 전략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 리스크'를 비롯한 해외발 충격파에 쉽게 연동되는 한계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성장 한국경제(CG) |
◇ '수출 코리아' 흔들…"中의존 구조적 한계 노출"
한국 경제의 최대 숙제는 수출 부진이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7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5.5% 줄었다.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콜롬비아를 제외한 OECD 37개 회원국 중 노르웨이(-50.2%), 에스토니아(-19.4%), 리투아니아(-16.4%)에 이어 네 번째로 감소폭이 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인 '30-50 클럽' 7개국 중에서는 한국의 수출이 가장 많이 줄었다.
지난해 12월(-10.1%)과 1월(-15.8%)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컸다. 그 뒤로도 6월(-7.1%·17위)을 제외하면 반년 이상 수출 감소폭 4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중국이다.
올해 1∼7월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액과 총수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각각 20.9%, 19.6%였다. 같은 기간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액 비중은 약 45%에 달했다.
글로벌 경기에 악재로 작용하는 중국의 경기부진이 유독 한국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조선·배터리 등의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반도체 부진의 공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 경기회복이 더딘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중간재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수출되는 최종 소비재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글로벌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까지 고려한다면, 높은 중국 의존도는 장기적으로도 한국 경제에 상당한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
기자회견서 추가 금리 인상 시사하는 파월 |
◇ 미 연준발 고금리-산유국발 고유가 '더블 악재'
글로벌 고금리는 한국 경제의 또다른 뇌관으로 꼽힌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주 '장기적인 고금리'를 예고하면서 가뜩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입장 탓에 글로벌 채권금리는 이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당부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차주의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외형 확대 경쟁이나 과잉 대출을 차단해달라"고 주문했다.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를 가시권에 두고 있는 국제유가도 한국 경제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올해 초 7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지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연장 결정으로 다시 우상향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지난주 평균 가격은 배럴당 94.4달러였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북해 브렌트유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내년 90~110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단은 물가가 걱정이고, 유가가 올라가면 전체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처럼 수출에 많이 의존하고 통화정책 수단이 제한적인 국가에는 충격이 더 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OECD 세계 경제 전망 |
◇ 1%대 초중반 저성장…3년째 'OECD 평균' 밑돌 듯
'수출 엔진'이 미약한 상황에서 고금리·고유가가 소비까지 짓누른다면 '상저하고'의 시나리오는 멀어질 공산이 크다.
OECD는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예상했다. 지난 6월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의 전망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망치는 속속 상향 조정됐다.
미국은 1.6%에서 2.2%, 일본은 1.3%에서 1.8%, 프랑스는 0.8%에서 1.0%로 각각 성장률 전망치가 올랐다.
앞서 6월에 발표된 OECD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1.4%였지만, 최근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 추세를 고려하면 11월 경제 전망에서는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21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OECD 평균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은 5.8%였으나 한국은 4.3%에 그쳤다.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2.6%로 역시 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2.9%)에 못 미쳤다.
올해 성장률마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면 한국은 OECD 가입 후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평균 이하 성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OECD 가입 이후 성장을 주도해오던 한국이 이제는 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장 중위권' 국가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제 저성장 기조로 들어간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낮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후퇴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데 지금 그 갈림길에 선 것 같다"고 말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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